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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화물연대 서울지부장의 딸 이진선 양의 호소문
  • 기사등록 2012-06-28 21: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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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선 양의 호소문 전문

고공 농성을 위해 30미터나 되는 교통탑에 오르신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장 이봉주. 저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장 딸, 이진선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6월 25일 화물연대의 파업이 시작 된 날, 의왕에서 30미터나 되는 철탑에 올라가셔 고공농성을 하고 계십니다.

25일 아침, 철탑에 오르신 아버지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파업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 제게 비상 연락처를 알려주고 통장을 건네며 말씀하셨습니다. “곧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야. 아빠, 탑에 올라가서 농성할 거야. 괜찮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상 어떤 자식이 아버지가 고공 농성을 한다는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세상 어떤 자식이 철탑 위에 아버지를 보내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다녀오라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괜찮으니 다녀오라 했습니다. 저희 아버지 화물차를 운전하시며 한 달에 하루조차 쉬지 못하시는 날이 더 많으십니다. 한 달 만에 집에 들어오셔서 씻고 다시 나가는 경우가 더 수두룩하십니다.

시간 안에 배차를 끝내야하니까 하루에 두 세 시간, 차안에서 쪼그린 자세로 주무십니다. 휴게소 화장실에서 눈치봐가며 이를 닦고 세수하시며 하루에 한 끼 드실까 마실까 하며 일하십니다.

짐을 싣다가 떨어져 부러진 갈비뼈에 폐가 찔리셔도, 일을 나가지 않으면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회사의 말에 정말 몸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일을 나가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죽어라고 일하시는 아버지께 들어오는 돈은 1 백만 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주유 값을 내고, 차가 고장 나면 몇 백만 원씩 없는 돈을 긁어모아 차를 고치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흔히 말하는 빚쟁이가 되셨습니다.

정부는 아버지를, 화물차를 모시는 모든 분들을 '개인사업자'라 칭합니다.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명분에서 나온 논리입니다. 하지만 화물을 모시는 모든 분들은 개인사업자가 아닙니다.

그 화물차조차도 빚을 내 산 차입니다. 나이를 먹고 퇴직해 용돈벌이로 용달 일을 하시는 분들과는 다릅니다. 생업입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직업입니다.

회사는 계약해지를 들먹이며 화물노동자들을 노예부리 듯 부려먹습니다. 업종을 바꾸려 해도 평생 해 온 일이 차를 모는 일 뿐이었던 분들이십니다. 게다가 어딜 가든 무시당하기 쉽상이라 일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도대체 화물노동자들의 어디가 개인사업자라는 것입니까. 빚을 내 산 차로 뼈 빠지게 일하셔도 주유 값, 차 고치는 돈, 식비를 뺀 생활비를 내고나면 남는 돈은 십 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지, 저희에게 늘 미안해하십니다. 하루 한 끼, 그조차도 라면으로 떼우는 저희 남매 보시며 자신이 죄인이라 말하십니다. 그 말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모든 화물노동자 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들은 죄인이 아니고 노예가 아닙니다.

고통과 배고픔을 느끼는 인간이고, 아버지이고, 남편입니다. 집에 가져오는 돈이 십 만원이 고작일 때가 수두룩한 화물노동자들이, 회사 눈치 보며 다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화물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로 보이십니까.

정말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면 적어도 자기 몸이 아플 때만큼은 쉴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알면서도 개인사업자를 운운하며 산재보험도 들어주지 않으려합니다.

그래놓고 파업에 들어가면 노동자 취급을 합니다. 불법을 이야기하며 엄정대응 하겠다고 하는데, 개인사업자가 가게 문을 닫으면 그것도 불법이라며 엄정대응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보다 더한 모순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보냈습니다. 그 모순을 바꾸고 오라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얻어오라고 말하며 보내드렸습니다.

더 이상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죄인처럼, 노예처럼 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제겐 아버지 같으신 자랑스러운 화물노동자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모습을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부는 개인사업자를 운운하다가 파업을 시작하니 그들을 노동자로 보는 모순을 멈추고 그들이, 저의 아버지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

더 이상 그 들을 죄책감 가득한 사지로 내몰지 말아주십시오. 일하시다 다치신 아버님들이 치료만큼이라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발, 약자 편에 서 말도 안 되는 모순을 바꿔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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