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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구심점으로, 원심력으로 성장하는 치유농장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10-02 09: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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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촌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치유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 농업과 치유농업 사이에서 방향을 고민하는 농가도 있고, 지원사업에 맞춰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는 농가도 있다. 교육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른 농장의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체험 종류를 늘리는 경우도 흔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은 농장의 여건과 운영 방식에 따라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넓은 공간과 인력, 시설을 갖춘 농장이라면 여러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도 경쟁력이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농장이 같은 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시설투자 부담이 커지고 농장주의 시간과 역량이 여러 곳으로 분산될 수 있다.

 

이런 농장에서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농장주가 오랫동안 재배해 온 작물일 수도 있고, 특별한 가공기술이나 공예기술, 음식, 꽃, 차, 허브, 곤충, 버섯 등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농장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갖추기보다 “이 농장에 가면 이것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인식될 수 있는 전문 분야를 만드는 것이다.

 

상품에서도 비슷한 원리를 찾을 수 있다. 상품 종류가 많다고 반드시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이름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주력상품이 있고, 그 상품을 중심으로 관련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브랜드가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치유농장에서도 주력 프로그램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 분야를 정했다면 다음에는 깊이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꽃이 중심인 농장이라면 꽃을 보고 작품 하나를 만들어 가는 일회성 체험에 머물 필요가 없다. 재배와 관찰, 수확, 건조, 색과 향의 이용, 꽃차와 음식, 공예 등으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 같은 꽃도 어린이, 노인, 가족 등 참여 대상에 따라 활용 방법을 달리할 수 있으며 계절에 따른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 하나의 자원을 깊게 이해할수록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풍부해진다.

 

여기에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농장에 정기적으로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 허브를 기르는 사람, 차를 즐기는 사람, 짚풀공예나 목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농장에 모여 배우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동호회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호회는 일회성 체험객과 성격이 다르다. 회원들이 한 달에 한두 차례 농장을 찾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인다. 숙련된 회원이 새로운 회원을 도울 수도 있다. 농장주는 회원들과 함께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면서 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다. 농장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배우며 교류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치유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정기적으로 농장을 방문하고 식물이나 농작물을 돌보며 손을 움직이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는 치유농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현장에서 축적된 활동을 참여자의 특성과 치유 목적에 맞게 체계화하면 그 농장만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전문 분야는 상품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 농장에서 사용하는 재료와 도구를 키트로 만들어 집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게 할 수 있고,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나 가공품과 연결할 수도 있다. 정기교육과 동호회 활동, 치유 프로그램, 체험, 키트, 농산물과 가공품 판매가 하나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면 여러 형태의 소득원도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으면 지원사업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사업이 나올 때마다 농장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전문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선택하게 된다. 교육도 이것저것 배우는 데 시간을 사용하는 것보다 전문성을 깊게 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른 분야와 연결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 지원사업과 교육이 농장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농장의 방향에 필요한 지원사업과 교육을 고르는 것이다.

 

치유농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자신이 가진 자원과 경험 가운데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를 찾아 깊이를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문성은 농장 경영의 구심점이 된다. 그 구심점에 사람을 모으고 동호회를 만들며, 축적된 경험을 교육과 치유 프로그램, 키트와 상품으로 연결하면 농장의 활동과 소득은 바깥으로 확장된다.

 

전문성이 구심점이라면 사람과 프로그램, 상품을 연결하는 능력은 농장을 성장시키는 원심력이다. 전문성을 깊게 만들면서 그 주위에 사람과 활동, 상품과 소득을 연결해 가는 것. 이러한 구심점과 원심력의 조화는 규모가 작은 치유농장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치유농장인가 사회적 농장인가, 현장의 저울질.

허북구. 2026. 치유농업, 폭염도 마케팅 기회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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