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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생명이라던 사람, 창평 석탄주 명인을 만나다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 기사등록 2026-09-30 08: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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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광주의 막걸리와 전통 식초에 담긴 문화·기술·사람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창평 석탄주 명인 송영종 선생을 찾아뵈었다. 담양군 창평면 화양길 하심당으로 향하는 길에는 조심스러움과 설렘이 함께했다.

  

석탄주를 빚는 송영종 선생을 2000년대 후반에 두어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그가 살아온 집으로 찾아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랑채에 들어서자 술독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선생은 그 곁에서 우리를 맞으며 말했다. “석탄주가 궁금해서 오셨것제. 일단 석탄주 한잔 마셔야 술술 이야기가 나오요.”

  

그는 홍주 송씨 종가에서 석탄주가 이어진 까닭을 제사에서 찾았다. “제사가 일 년 내내 있고 제주를 올려야 하니 많이 만들었을 거 아니것소?” 왕가의 혼인을 통해 술이 전해졌을 가능성도 이야기했다. 다만, 그 유래를 단정하기보다,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을 거쳐 오늘에 이른 술맛에 더 마음이 갔다.

  

송 선생은 외지에서 살다가 가족과 함께 고향 종가로 돌아왔다고 했다. 처음부터 술을 빚을 생각은 없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하던 일을 떠올리며 여러 번 빚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내놓았다. 책에서 배운 대로 온도를 맞춰도 기억 속 맛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술도 생명이거든. 통제를 하니 말을 안 들어. 자연 그대로 발효가 이루어지도록 했더니 그 맛이 나온 거여.” 그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은 손을 놓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봄과 가을에 술을 빚고, 고두밥의 물기를 살핀다. 

  

“고두밥 자체가 고실고실해야 해.” 시루의 물을 맞추는 감각을 익히는 데 17년이 걸렸다는 말에서는 한 술을 지키기 위해 쌓은 시간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의 석탄주가 옛 술과 똑같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지금의 술은 약간 내 방식대로 변형된 거여.” 이어간다는 것은 때로 자신의 손으로 다시 익히는 일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조금 시어진 술을 버리지 않으려고 할머니가 애썼다는 대목이다. 쌀이 귀하던 시절, 한 독의 술에는 곡식을 기른 사람의 노동과 제사를 준비한 사람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식초를 공부하는 내게 그 이야기는 발효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보다 먼저, 귀한 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으려던 부뚜막의 마음을 돌아보게 했다.

  

하심당에서 돌아온 우리는 송 선생의 말을 되새기며 석탄주를 다시 빚었다. 같은 재료로 빚어도 그분의 술과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고두밥을 짓고 술독을 살피는 동안 말로만 들었을 때 놓쳤던 손길과 감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 과정은 술을 만드는 기술의 재현인 동시에 사람의 기억을 되짚고, 손으로 무언가를 천천히 돌보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다.

  

담양의 술을 기록한다는 것은 완성된 제조법 한 장을 남기는 일이 아니다. 그 술을 필요로 했던 집과 사람, 계절에 맞춰 술독을 살피던 손길, 오랜 시행착오 끝에 몸으로 익힌 감각까지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전통 발효문화가 지닌 치유의 가치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술을 빚고 식초를 만들며 기다리는 시간, 가족에게서 가족으로 이어진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 함께 만들고 나누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경험이 마음을 돌보고 삶을 돌아보게 한다.

  

참고문헌

곽경자. 2026. 전남 전통 막걸리와 식초, 담양에서부터 기록하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9.15). 

곽경자. 2026. 전통 토하젓에서 찾은 K-발효의 미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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