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꽃을 이용한 치유활동에서 색은 참여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감각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꽃의 종류가 같아도 빨강과 노랑을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과 흰색·회색·갈색 계열을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은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 치유농업에서 화훼장식을 활용할 때 색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색채에서 중성색(neutral color)은 일반적으로 흰색·회색·검정 등의 무채색과 베이지색·크림색·갈색처럼 채도가 낮아 특정 색상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 색을 폭넓게 가리킨다. 화훼장식에서는 흰색 꽃, 은회색 잎, 마른 식물의 갈색, 나무와 덩굴의 자연색 등에서 중성색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중성색은 다른 색과 함께 사용했을 때 주변의 색을 돋보이게 하거나 색채 사이를 연결하는 데 유용하다. 빨강·주황·노랑처럼 눈에 잘 띄는 꽃 사이에 흰색 꽃이나 은회색 잎을 배치하면 색채의 강약과 공간감이 달라진다. 갈색 가지나 덩굴, 베이지색의 마른 풀 역시 꽃의 선명한 색과 대비되면서 전체 구성을 정돈하는 재료가 된다.
이러한 특성은 치유 화훼장식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 치유농업에서 화훼 활동은 꽃꽂이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과 함께 식물을 보고, 만지고, 고르고, 자르고, 배열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때 색채는 참여자가 자신의 선호와 감정을 표현하고 식물에 관심을 집중하게 하는 매개로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색의 꽃과 중성색 재료를 함께 제시한 뒤 참여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 지도자가 특정 색을 ‘편안한 색’이나 ‘치유색’이라고 정해 주기보다 “오늘 가장 마음이 가는 색은 무엇인가”, “이 꽃 옆에 어떤 색을 놓고 싶은가”처럼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같은 꽃과 재료가 주어져도 사람마다 선택과 배치가 달라진다. 그 차이를 이야기하는 과정 또한 자기표현과 의사소통의 소재가 된다.
농촌에는 중성색을 가진 식물 재료가 풍부하다. 볏짚과 보릿짚, 마른 옥수수잎, 수수 이삭, 목화, 마른 덩굴과 가지, 나무껍질 등이 대표적이다. 농작물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수확 후 남겨진 식물체도 화훼 장식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유농업과 잘 연결된다.
계절에 따른 프로그램 구성도 가능하다. 봄에는 흰색 꽃과 연한 녹색, 여름에는 녹색 잎과 밝은 중성색, 가을에는 억새와 이삭·마른 풀·열매, 겨울에는 수피·솔방울·마른 가지·목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계절마다 농장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가 달라지므로 참여자는 색채를 통해 계절의 변화도 경험하게 된다.
중성색 재료는 촉각 활동과 결합하기에도 좋다. 부드러운 목화, 거친 수피, 매끄러운 가지,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처럼 색과 질감이 다른 재료를 만져 보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향기가 있는 식물까지 더하면 화훼장식은 시각·촉각·후각을 함께 활용하는 다감각적 치유농업 활동으로 확장된다.
다만 중성색 자체에 일정한 치유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색채에 대한 반응은 개인의 경험과 문화적 배경, 연령, 주변 환경, 함께 사용된 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치유 화훼장식에서는 특정 색을 치유색으로 규정하기보다 참여자가 색을 관찰하고 비교하며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장에서는 꽃이 진 뒤에도 색이 남는다. 수확을 마친 볏짚의 베이지색, 마른 덩굴과 가지의 갈색, 목화의 흰색도 자연이 만들어 낸 색이다. 평소 농업 부산물로 지나쳤던 재료를 고르고 만지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는 농장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중성색을 활용한 치유 화훼장식은 농촌의 평범한 식물 재료를 감각과 선택, 표현의 자원으로 바꾸어 치유농업의 활동 범위를 넓혀 줄 수 있다.
참고문헌
송미진. 2026. 치유농업과 치유 화훼장식에서 계절별 색채.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17).
송미진. 2026. 치유 화훼장식에서 생태성의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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