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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장 품질보증, 썩은 나주배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28 08: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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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추석에 본가에 갔더니 배 선물이 여러 상자 들어와 있었다. 명절을 함께 보낸 가족들이 추석날 오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 선물로 들어온 배를 나누기 위해 배 상자 6개를 한꺼번에 열었다. 생산지와 포장이 서로 다른 배들이었다. 

  

제일 먼저 손길이 간 것은 검은 바탕에 태극 문양이 있는 ‘천년 이음 나주배’였다. 상자에는 ‘대한민국 1등을 넘어 세계로’, ‘천년의 이음 나주배’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나주시장 품질보증’ 표시와 함께 “까다롭게 엄선된 대한민국 대표 명품 나주배만 담았습니다. 천혜의 땅 나주에서 기르고 수확하여 맛이 뛰어납니다”라는 설명도 있었다. 포장과 문구만 보면 여섯 상자 가운데 품질에 가장 큰 믿음이 가는 배였다.

  

그런데 상자를 열어 확인한 모습은 달랐다. 9개의 배 가운데 1개는 상당히 심하게 부패했고, 또 다른 1개도 윗부분이 부패해 있었다. 1개는 과피가 넓게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배를 받은 뒤 보관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가 싶어 같은 시기에 선물로 들어온 다른 배 상자들도 열어 보았다. 다른 상자의 배들은 모두 싱싱한 상태여서 ‘나주시장 품질보증’ 표시가 있는 상자에 부패한 배가 섞여 있는 모습과 더욱 비교되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다르다. 같은 나무에서 수확한 과실도 숙도와 저장성에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수확·선별·운송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한 상자의 사례만으로 ‘나주시장 품질보증’ 표시가 된 나주배 전체의 품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경험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이유는 상자에 표시된 ‘나주시장 품질보증’이라는 말 때문이다. 이번 배는 추석 선물로 받은 뒤 3~4일 이내에 상자를 개봉했다. 추석 선물용으로 출하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된 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짧은 기간에 부패한 과실이 발견된 것은 품질관리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선물용 상품이라면 포장 당시 과실의 상태와 함께 소비자가 실제 상자를 열 때까지 상품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품질을 보증한다는 표시는 일반적인 산지 표시와도 성격이 다르다. 소비자는 나주시장이 직접 배 한 알 한 알을 검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품질기준에 따라 관리된 상품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주시장 품질보증’이라는 글자가 상품에 신뢰를 더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보증은 포장 상자의 문구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어떤 농가에서 생산했고 언제 수확했는지, 어느 선별장에서 선별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출하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력과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원인을 추적하고 이후의 선별과 출하 관리에 반영하는 것 역시 품질보증의 신뢰와 직결된다.

  

명절 선물용 농산물은 품질 문제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도 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썩은 과실을 발견하더라도 선물한 사람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생산자나 판매처에 알리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소비자에게 어떤 상태의 상품이 전달됐는지 알 기회를 잃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례를 쉬쉬하기보다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고, 문제가 확인된다면 생산·선별·저장·유통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주시장 품질보증’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소비자가 그 표시를 믿을 수 있도록 출하 이후까지 고려한 품질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나누려고 우연히 한꺼번에 열어 본 배 6상자. 그 가운데 ‘나주시장 품질보증’ 표시가 있는 나주배 상자에서만 부패한 배가 나왔다는 사실은 씁쓸했다. 품질보증의 가치는 포장 상자에 찍힌 표시가 아니라 소비자가 상자를 열었을 때와 먹었을 때 확인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철저한 품질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박용서, 허북구. 2010. 1-MCP 처리가 ‘화산’ 배의 상온 저장 중 품질에 미치는 영향.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 17(5):595-601.

박용서, 허북구 . 2010. 저온 저장시 황갈변제 처리가 '원황' 배 신선편이 절편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 21(1):71-79.

허북구 외. 2010. 갈변방지제 처리가 최소 가공한 배 절편의 저장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 동아시아식생활학회지 20(2):23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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