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개인적인 업무로 몇몇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6차산업 인증농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경영 성과의 격차가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같은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하고, 비슷한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어떤 곳은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제품이 꾸준히 판매되는 반면, 어떤 곳은 좋은 상품을 보유하고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생산기술이 아니라 마케팅 역량이었다.
오늘날 전라남도의 농업·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농촌 노동력 부족,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 지역경제 침체 등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아 온 것이 농촌융복합산업, 이른바 6차산업이다. 6차산업은 농업인이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체험·관광·유통·판매를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과거 농업은 생산이 중심이었다.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면 판매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특히 정부 수매나 도매시장 출하가 중심이던 시기에는 생산력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시장은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경험을 소비한다. 따라서 6차산업에서는 생산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마케팅의 출발점은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등 소비자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같은 딸기잼이라도 단순한 가공품으로 판매할 때와 지역 농가의 이야기와 친환경 재배 과정을 담아 판매할 때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달라진다. 농산물이 진정한 상품이 되는 순간은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와 이야기가 더해질 때이다.
특히 6차산업에서는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6차산업 상품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 지역 과일로 만든 디저트, 농촌체험 프로그램, 전통 발효식품, 농가 민박 등은 모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경험을 구매한다. 따라서 생산 과정과 지역의 역사, 농업인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로고와 포장 디자인, 홍보 문구, SNS 콘텐츠까지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통과 판로 개척 역시 마케팅의 중요한 영역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소비자와 만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농산물 직매장과 로컬푸드 매장, 체험농장 판매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 라이브커머스, 정기배송 서비스, 대도시 유통업체와의 협력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에는 SNS를 활용한 직거래가 중요한 판매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을 세분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특정 고객층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건강식품은 중장년층을, 농촌체험은 가족 단위 방문객을, 감성적인 농촌 숙박은 젊은 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일회성 구매에 그치지 않고 재방문과 재구매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회원제 운영, 정기구독 서비스, 계절별 상품 안내,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제 마케팅도 경험과 직관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방문객 수와 매출액은 물론이고 고객 만족도, 재방문율, 온라인 후기, SNS 반응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구성과 가격, 홍보 전략을 개선할 때 사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6차산업은 개별 농가만의 노력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숙박업소, 음식점, 관광지, 지역 축제와 연계할 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지역 전체가 하나의 관광·체험·소비 공간으로 연결될 때 농업은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농촌체험마을과 로컬푸드, 농산물 축제, 남도 음식 관광을 연계한 지역 단위의 공동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더욱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따라서 6차산업은 농업인이 생산자에서 경영자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좋은 농산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지역의 가치를 발굴하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마케팅 역량이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농촌의 미래는 생산량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연결 능력에 달려 있다. 6차산업의 본질은 농업과 지역, 그리고 소비자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으며, 그 중심에는 마케팅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있다. 앞으로 농업인들이 마케팅 역량을 키우고 지역과 협력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갈 때, 농촌융복합산업은 단순한 정책사업을 넘어 전남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이끄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엔터테인먼트 농업과 6차 산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2.9.2.).
허북구. 2025. 재미농업과 엔터테인먼트 농업, 농촌의 새로운 무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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