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전국 최대 수준의 친환경 인증 면적과 생산량을 보유한 지역이다. 오랫동안 친환경 농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고, 전국 친환경 농업의 중심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히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이 어떻게 소비자의 식탁까지 연결되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 해지고 있다.
최근 세계 농업 정책의 흐름도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みどりの食料システム戦略(녹색 식료 시스템 전략)’과 유럽연합(EU)의 ‘Farm to Fork(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이다. 두 정책은 공통적으로 친환경 농업을 단순한 생산 정책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환경–건강까지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은 2021년 ‘미도리 전략’을 발표하며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감축, 유기농 확대, 탄소중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생산 기술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지역 소비와 유통 구조 개선, 식품 폐기 감소, 소비자의 친환경 선택 확대 등 식품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Farm to Fork’ 전략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친환경 농업을 기후위기 대응, 국민 건강, 환경 보전, 지역경제와 연결된 정책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생산 현장의 친환경성뿐 아니라 유통 체계, 소비 구조, 식생활 변화까지 함께 정책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두 정책 모두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소비 구조로 연결되는가를 중요하게 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반면 한국의 친환경 농업 정책은 여전히 생산과 인증 중심 성격이 강한 편이다. 특히 전남은 전국 최대 수준의 친환경 농업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이 실제 식탁에서 그 가치와 차별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구조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 친환경 농산물이 생산은 되지만, 소비자 경험과 식문화 속으로 깊이 연결되지 못하면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다.
최근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건강, 웰니스, 관광, 문화와 연결되는 방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음식 열풍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어디에서 생산되었는지, 어떤 가치가 담겨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은 친환경 농산물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전남은 남도 음식 문화라는 강력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농수산물, 계절 음식, 발효 문화, 향토음식은 전국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식문화 자원이다. 따라서 친환경 농산물을 단순한 원료 생산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남도 음식과 연결된 가치와 차별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음식박람회와 지역 식문화 행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친환경 농산물을 전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음식과 연결하여 소비자들이 맛과 가치, 생산 철학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친환경 식재료를 활용한 남도 음식 시연, 지역 셰프와의 협업, 식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강한 인식을 남길 수 있다.
또한 학교 급식, 공공 급식, 지역 음식점, 로컬푸드 체계와의 연계 강화도 중요하다. 친환경 농업은 생산만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복 소비 구조와 안정적인 지역 식생활 체계가 함께 형성될 때 비로소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제 전남 친환경 농업도 단순한 생산 확대 정책에서 한 단계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일본의 미도리 전략과 유럽의 Farm to Fork 전략처럼 생산–유통–소비–식문화가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비자가 실제 식탁에서 친환경의 가치와 차별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해야 한다. 소비자가 식탁에서 그 가치를 경험하고 반복적으로 선택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이 만들어지며, 전남 친환경 농업 역시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친환경 농업, 재배면적보다 소득구조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4.09.).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과 친환경농업, 생산과 소비의 재설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3.03.).
허북구. 2025. 전라남도 친환경농업, 포장까지 연계되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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