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강진군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기능성 성분인 사포닌을 함유한 프리미엄 쌀 브랜드 ‘봉황’을 출시하고 활발한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 쌀은 일반 쌀보다 건강 기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미호벼 품종에 황칠나무 추출물을 생육 중 친환경 방식으로 3-4회 살포해 생산된 이 쌀은, 1g당 34.9mg의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어 밥 한 공기 기준 약 30mg의 사포닌 섭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6년근 인삼 12뿌리에 해당하는 고함량 수치라는 점에서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수한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명인 ‘봉황’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처음 ‘봉황쌀’이라는 이름을 접했을 때, 필자 역시 나주시 봉황면에서 생산된 쌀이라고 착각했다. 나주는 ‘봉황면’이라는 실제 지명이 있으며, 평야가 많아 쌀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명에 봉황이 들어 간 곳이 많으므로 필자처럼 봉황이라는 지명을 알고 있거나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봉황이라는 지역과 연계시키기가 쉬울 것이다. 물론, 강진군에도 칠량옹기로 유명한 봉황마을이 있으나 덜 알려져 있고, 봉황쌀과도 크게 관련이 없어 브랜드명과 산지 간의 연계성이 약해 브랜드 인식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브랜드명 ‘봉황’의 유래는 신문 기사 등에 의하면 농협 직원들과 농가들이 회의를 거쳐 ‘귀한 존재’를 상징하는 의미로 선택한 것이라 한다. 봉황은 예로부터 임금을 상징하고 상상 속의 고귀한 존재로 여겨져, 고급 쌀의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황’이라는 상징적 이름이 쌀의 특성이나 기능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 나주에서도 있었다. 나주는 배의 주산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나주배’라는 이름 자체가 강력한 지역 브랜드이다. 그런데 나주에서 생산된 배를 ‘비단고을배’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비단고을’이 나주를 의미한다고 해도,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드가 특산물과 연계된 지역성을 명확히 담지 못하면 제품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지역 특산물의 브랜드는 단순히 멋지고 고급스러운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첫 접점이며, 제품의 정체성과 가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브랜드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첫째, 지명과의 연계성이다. 소비자들은 특산물의 산지를 브랜드를 통해 직관적으로 인식하기를 원한다. 브랜드명에 지명을 포함하거나, 지역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신뢰를 얻기 쉽다.
둘째, 제품의 특성 반영이다. 강진 봉황쌀처럼 고함량 사포닌이라는 뚜렷한 기능성 성분이 있는 경우, 브랜드명이나 부제, 패키지 디자인 등을 통해 이러한 특성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그 가치를 인식하고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일관성과 유연성이다. 한 번 정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면 과감히 재정비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잘못된 브랜드명을 고집할 경우, 마케팅 비용만 늘어나고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강진 봉황쌀 브랜드에 대한 필자의 첫인상은 제품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브랜드 전략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 특산물일수록 산지의 특성과 제품의 차별점이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앞으로 지역 농축산물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품질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름이 말해주는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