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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은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을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교육감은 유치원 및 초·중등교육은 물론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예산집행, 교직원 인사, 학교를 설립 인가하고 취소할 수도 있다. 교육감의 정책방향에 따라 해당 시·도의 교육은 달라진다.
이처럼 교육감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교육감들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는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교직원의 승진 및 전보, 장학사 시험에 이르기까지 각종 인사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선거과정에서 불법 선거비용 조성으로 수사를 받고, 심지어 돈을 주고 후보를 매수해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도 17개 시.도교육감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교육감들이 비리와 선거법에 관련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감 직선제 이후 툭 하면 중앙정부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날선 대립과 공방전을 벌여왔다.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학생의 학력평가,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교육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법적 소송도 불사하며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교육의 본질(本質)에 충실해야 할 교육계가 다른 분야보다 더 심하게 이념적으로 패가 갈려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 교육감 임명 및 선출제도 변천사
교육감 임명 및 선출제도는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교육감 임명 및 선출제도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도입 배경과 문제점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의 위상이나 교육감의 임명, 선출에 대한 제도는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수차례 변화를 겪어왔다. 그 변천사를 보면, 퍼즐 맞추기 게임처럼 온갖 짜깁기를 다해 왔다.
교육감 임명 및 선출제도는 크게 보면 ①교육위원회 추천과 대통령 임명 ②교육위원회에서 선출 ③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학교당 1인, 학부모위원 또는 지역위원)과 교원단체 선거인(학교운영위원회선거인 총수의 3%)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 ④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 ⑤주민에 의한 직선제 등으로 변해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전까지는 교육감을 구교육위원회 추천(무기명 투표로 결정)으로 도지사와 문교부장관을 경유해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때는 도에 교육감을 두지 않았다. 이후 1961년 1월 6일 개정된 교육법에서는 교육감을 폐지하고 시·도지사 시장·군수의 보조기관으로 교육국 또는 교육과를 설치했다. 폐지되었던 교육감 제도가 부활한 것은 1963년 11월 1일 개정된 교육법이었다.
이때는 교육감을 교육위원회 추천(무기명 투표로 결정)에 의하여 문교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내각수반)이 임명했다. 1988년부터는 개정된 교육법에 따라 교육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했다. 이때는 교육감 대신 교육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시·군·구에도 교육장을 두도록 했다.
교육자치의 틀을 본격적으로 갖춘 것은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이다. 법 제정 당시 시·도교육감은 교육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결정했다.
1997년 법을 개정한 이후에는 학교운영위원회선거인과 교원단체선거인으로 구성된 교육감선거인단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되, 과반수이상 득표자가 당선되도록 했다. 이후 2000년 1월 28일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은 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 전원으로 선거인단을 확대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2월 20일 개정된 교육자치법에 따라 도입됐다. 직선제를 도입한 배경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하는 교육감 선임방식이 주민대표성 부족, 편 가르기 부작용, 특정 교육 세력의 지나친 영향력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감과 시·도지사 선거를 동시에 해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며 지방선거와 동시 선거를 결정했다.
■ 교육자치, 이제는 유명무실
이처럼 교육감 임명 및 선출제도가 수차례 변화를 거듭하면서 교육감의 자격은 점차 완화됐다.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이 ‘20년 이상→15년 이상→5년 이상’으로 계속 낮춰졌고, 급기야 2010년 2월 개정된 교육자치법 부칙에 ‘5년 이상’ 규정을 2014년 6월 30일까만 적용토록 명시해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이 없는 사람도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이때 과거 2년간 비정당원 요건도 1년으로 낮추고, 교육위원회를 폐지해 교육의원 선거도 없애버렸다.
결국 과거 1년간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면 누구나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고, 교육의원 선거도 폐지됨에 따라 교육자치는 사실상 유명무실(有名無實)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수술대 오른 교육감 직선제, 해법은?
2006년 12월 교육자치법이 개정되면서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됐다. 2007년 2월 부산교육감 선거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울산, 충북, 경남, 제주교육감 선거를 치렀다. 2008년에는 충남(6월), 전북(7월), 서울(12월), 대전(12월), 2009년 4월에는 경기, 경북, 충남교육감 선거가 치러졌다.
2010년 6월 2일에는 전국 지방선거와 함께 모든 시·도에서 교육감 선거가 시행됐다. 대선이나 지방선거와 관계없이 교육감 선거만 독자적으로 시행했을 당시에는 낮은 투표율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수차례의 선거과정을 거치면서 교육감 직선제는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교육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교육부와 이른바 ‘좌파 교육감’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이런 문제들과 함께 교육감 직선제 자체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전문성보다 사회적 지명도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고, 대중적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와 표에 매몰되어 교육자치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과다한 선거비용과 기호 배정의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감 후보의 경우 추첨으로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만 기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도지사와 동시에 선거를 하는 관계로 정당 공천을 받는 시·도지사 후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당에 따른 ‘줄투표’ 또는 ‘깜깜이 투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교육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 경기 등 유권자가 많은 시·도의 경우 후보자가 부담해야 할 선거비용이 무려 40억여 원에 육박하는 등 과다한 선거비용의 개선 요구가 많다. 깨끗하고 유능하지만 선거비용이 없어 출마를 하지 못하거나 선거비용 충당을 위해 각종 비리 유혹에 후보자나 당선자가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이다.
교육자치제는 우리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정부 수립 이후 교육자치제를 일반 행정에 통합해 백지화하려는 움직임과 교육자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 현재 교육감 직선제를 포함해 교육위원회의 위상 문제 등 올바른 교육자치의 실현을 위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교육자치제는 이미 시험대 위에 올라와 있다. 교육감 선임 방식만하더라도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장교원, 전문가,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의 폭넓은 의견 수렴 및 보다 생산적 논의과정을 통해 우리 교육자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장 송 하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