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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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이야기 / 이종숙
수제비를 먹고 나서
숟가락으로 그릇 바닥을 박박 긁으면
뱃속이 더 허전해 꼬르륵 거리던 시절
긴 밤은 추위를 보듬고 막무가내로 들어와서는
짙은 갈색으로 변한 아랫목에 자리 잡고
낡은 솜이불 자락을 들썩이다가
고픈 배를 모른 채하고 떠났단다
너무 배가 고파 잠이 안 오는 날은
손바닥만 한 봉창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
2020-02-09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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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순애
비 개인 여름날 오후, 흰 구름이
가난한 애인의 양산이 되어줄 때
앞 산 젖은 능선이
울엄니 모시 적삼처럼 간결해 보일때
내밀한 척후들이
눈을 뜨고 정수리에서 떨어질 때
숲속 짙푸른 나뭇잎이 여린 귀밑 머리 부빌 때
합창단 결속한 매미들이 붉은 여름을 목쉬도록 부를 때
헤설픈 여우비가
가...
2020-02-08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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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에 앉아 / 김종구
청개구리 울어, 울어,
밤새워 울었단다.
비가 오면,
비만 오면,
날 새워 울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바람 살짝 불던 날
연잎이
뒤집혀
하늘을 보았단다.
내 앉아 울던 자리
내 기뻐 울던 자리
전남강진 출생
2003년 등단
저서 시집 「내 몸에 박힌 못」 「빛과 어둠의 경계」
목포시문학회 회원
2020-02-07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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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시간 / 강경화
잎 둥근 가지마다 걸린 하늘이 가물거린다
가슴에 돌덩이 품고 산다는 게 저 모습일까
계절이 쫓기듯 지나 숨 멎어도 도려낼 수 없다
싸늘한 기운에 쪼그려 앉는 생각들
왜 생각은 깊어질수록 헐거나 닳지 않는가
바람이 묻히지 못한 뿌리를 밟고 지난다
떨어짐을 염려하며 피어나는 꽃은 없다
...
2020-02-07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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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소리 / 이순남
귀에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소리 때문에 깨었지만 눈을 뜰 수 없다 감은 채로 어둠 향해 귀를 세운다 고요히 더 고요히 울려오는 소리 이승과 저승의 경계까지 걸어 나간 듯 한 겹 꿈을 열고 나오는 소리 깨어나는 듯 다음 겹의 꿈으로 스며들어간다 거대한 덩치가 몸을 내리 누르는 소리 어떤 액체가 되어 무게로부터 벗어나려 버둥거린다 ...
2020-02-06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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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목포역에서 / 유헌
왁자한 사투리를
칸칸마다 싣고 와
어둠 속에 풀어놓고 줄행랑치는 통일호
막차는 가고 없어도
사람은 거기 있다
엎어진 고무신처럼
서럽게 엎드린 역
퐁당동* 퐁당동 용당동 그곳에 가면
지금도 물소리가 들린다,
잊혀진 역사驛舍에서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목포 용당동의 별칭.
한때 상습...
2020-02-06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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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 배덕만
너 어쩌자고 그러니
너랑 나랑은 안 돼
넌 흙수저이고 난 금수저야
꽃집에서도 본 적이 없지
난 명품코너에 있지
마음으로 살고 있는 너랑
돈으로 살고 있는 나랑
노는 물이 다르지
넌 제비랑 놀아
한국문협 회원
한국문인협회 목포지부 회원
목포시문학회 회원
2020-02-04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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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 송행숙
계절은 멀었는데
봄빛이 먼저 왔다
노지에서 자란 생生 속 채우지 못했지만
향긋한 봄동 겉절이
봄맛이 아삭하다
비빌 언덕 하나 없는
덕밭뙈기 맨땅에서
잔설처럼 차가운 바람 끝을 그러안고
한 생生을 낮게 더 낮게
살다 가신 울 어머니
2018년 시조시학 신인작품상 외,
열린...
2020-02-04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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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못 보는 수레 / 박영동
주차된 차량들 사이
두 바퀴 수레에는 짐이 버겁고
어렵사리 골목길을 허덕이고 있다.
한 평생 머리를 조아려
소리 한번 쳐보지 못한 갈망.
황혼이 내비친 저녁노을로
고개 숙인 그림자는 바퀴에 말리고
삐걱거리며 가픈 언덕을 넘어 선다.
무장한 세월 자투리
잔혹한 공간을 쪼개내어
저리 처절한 슬픔에 겨워
고단...
2020-02-03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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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대웅보전 / 碧松 조윤제
달마가 뜬구름 장삼자락 휘날리며
불(佛) 길을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오니
참게가 엄지발가락 깨물고 놓지 않네.
봄꿈을 지나는 달마가 희설戱媟짓는
바람이 몽환임을 스스로 깨달아
가사를 벗어던지고 햇볕을 즐기네
아호:벽송(碧松)
1952년 전남 강진 生
월간《문예사조》 시 신인상 당선(2017년)
해남문학 시 신...
2020-02-02 김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