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태풍 바비가 전남을 통과하면서 농가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수확을 앞둔 과일의 낙과, 시설물의 파손 피해뿐만 아니라 많은 농가의 꿈과 희망조차도 앗아 가버렸다. 태풍에 의한 피해장면이 TV 뉴스, SNS 등을 통해서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 농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시각적 메시지는 이처럼 어느 정보보다 전달력이 뛰어나다. 반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정보 전달력과 반응이 미약하다. 소중한 자원이 사라지고 있어도 태풍의 피해처럼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위기의식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할뿐더러 대비책도 제대로 못 세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유산이다. 농업유산에서는 선조들의 지혜와 정서가 함축되어 있다. 그것들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토종 종자, 전통적인 농사기술 등 다방면의 것들이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문화자원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사라지고 있는 것 중에는 값으로 따지지 못할 정도로 소중한 것들이 많음에도 태풍의 피해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있으며,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적다.
한 예로 보성에서 생산된 돈차(錢茶)가 그렇다. 오늘날 보성이 녹차의 수도가 된 시발점은 1930년에 개간한 다원(茶園)이라 할 수 있다. 이 다원에서는 돈차가 대량적으로 생산되었다. 문헌적 자료는 거의 없지만 이 다원에서 실제로 생산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있다.
필자는 돈차를 조사하던 중 2008년 여름에 장흥군 사자산 아래에 있는 삼산리 화산마을에서 보성 돈차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제보를 해 주신 분은 1930년대에 보성에서 다원 개간 시 차나무의 식재와 차 생산의 감독을 맡았던 분의 처제였다.
그분은 언니 집을 왕래하면서 돈차를 대량으로 만들고, 건조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혹시 기억에 오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재차 질문을 하면 땅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돈차 모양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셨는데, 틀림없이 돈차였다. 당시에 차밭의 구체적인 모습, 많은 사람들이 다원 개간하는데 일을 하고자 찾아왔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들려 주셨다. 그 이야기처럼 농산물에서는 어르신들의 기억이 소중한 스토리텔링 자원이 되지만 체계적인 조사 및 활용은 되지 못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전적 의미는 전해 듣는 화자의 경험적 이야기(story)로 말하기(telling)이며,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을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문서를 통한 정보전달은 정확하지만 사무적이어서 감성사회, 소통과 힐링이 대세를 이루는 사회에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반면에 스토리는 매우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여서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는 ‘기업 스토리텔러’라는 직무를 두고, 스로리텔링 자원의 확보 및 임원들에게 스토리텔링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야기를 핵심으로 한 다양한 가치 창출 방안이자 효과적인 소통 기술이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전남에는 보성 다원의 개간, 보성 돈차처럼 농산물과 관련된 많은 스토리텔링 자원이 있는데, 소리 소문 없이 없어지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고령자분들의 사망 증가와 함께 우리 문화와 스토리텔링 자산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이다.
현재, 우리 문화와 농업의 큰 변혁기였던 광복절과 6.25동란기를 거쳐 오신 분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분들의 기억 속에서 농업문화 유산을 찾아내고, 그것을 정리하고 활용하는 것은 전통 문화의 계승뿐만 아니라 전남 농산물의 고유성에 의한 차별화와 부가가치를 더욱더 높일 수는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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