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가슴을 저미는 한 줄의 선율이, 긴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역사를 다시 깨우고 있다. 광주에 뿌리내린 고려인 공동체의 아픔과 희망을 담은 바이올린 곡이 세상에 공개됐다.광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은 고려인의 비극적 역사와 그 속에 살아낸 삶을 음악으로 기록한 연작 두 번째 작품 ‘Корё-сарам(코료사람) 고려인의 여정’을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연주곡이 아니다.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상실과 고통, 그리고 끝내 꺼지지 않았던 희망을 담아낸 ‘음악적 증언’이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mWBMPCVS6sE)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다. 1937년 강제이주의 기억, 낯선 땅에서의 고단한 삶, 그리고 이름조차 잊혀가던 시간들. 그 위를 흐르는 바이올린의 선율은 마치 한 사람, 한 가족, 한 민족의 울음처럼 조용히 스며든다.
“역사는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어집니다.” 이 메시지와 함께 이어지는 선율은 음악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며 듣는 이의 가슴 깊은 곳을 두드린다.
이번 작품은 고려인의 삶을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풀어냈다. 1부 ‘살자’ 는 낯설고 차가운 황무지,겨울 속에서 식어가는 아이들,굶주림 속에 쓰러지는 어른들.그러나 그 절망 속에서도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나는 고려인이다. 살아야 한다.” 이 첫 장은 생존을 향한 처절한 의지, 그 자체를 울부짖는 선율로 담아냈다.
2부 ‘망각’에서는 언어는 금지되고,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던 시간.“너희는 소련의 아이들이다. 너희의 말을 잊어라.”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조용히, 그러나 깊게 무너져갔다. 바이올린의 선율은 이 시기, 말할 수 없는 침묵의 고통을 대신하고 있다.
3부 ‘소망’은 그러나 완전히 꺼지지 않는 불빛이 있었다. 언어, 노래, 이름, .그리고 기억. 고려인들은 거친 땅 위에 씨앗을 뿌리고 작은 노래로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일어섰다. 이 마지막 장은 절망 속에서도 피어난 연대와 회복의 이야기를 바이올린 선율로 풀어냈다.
일제강점기, 이름 없이 밀려난 사람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어진 머나먼 길, 그 길 위에서 고려인들은 굳은 손으로 땅을 일구고, 사라지지 않기 위해 언어와 문화를 가슴에 품었다.
그 긴 여정을 따라 한 곡의 선율을 남긴 정유진은 . “이 곡은 고려인의 삶에 바치는 깊은 위로이자 헌사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음악은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공동체의 상처와 회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정유진은 이 곡을 통해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과거에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힘겹게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삶을 음악으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고백처럼, 이 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기억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기록이다.
광주에 뿌리내린 고려인 공동체.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한 예술가의 바이올린이 그 여정을 다시 세상에 들려주고 있다. “고려인의 여정” 그것은 시간을 넘어 흐르는 눈물의 노래이자, 끝내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선율이 되고 있다.
고려방송: 이부형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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