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에 최근 의미 있는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그간 고려인마을은 선거철이면 늘 관심의 밖에 놓여 있던 공간이었다. ‘투표권이 없는 외국국적자라는 이유’로, 많은 정치인들에게 이곳은 방문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실제로 일부 출마자들은 고려인마을 방문을 두고 “시간 대비 효율이 낮다”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이로 인해 선거 시기에는 투표권을 가진 다문화 관련 단체나 국제결혼 가정을 중심으로 한 기관 방문이 이어지는 반면, 고려인마을은 사실상 정책과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표 계산을 넘어, 사람과 역사, 공동체의 의미를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에는 전남광주특별시장 선거에 도전한 후보자의 배우자가 고려인마을을 찾았다. 이날 방문은 특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다, 고려인 동포들의 삶과 역사를 직접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배우자는 신조야 대표를 비롯한 마을 지도자들과 만나 고려인 동포들의 정착 과정과 현실적 어려움을 경청했다. 이어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을 찾아 방명록에 “가슴 아픈 역사의 산증인 고려인들,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문화관 내부에 소장된 약 1만 2천여 점의 사료를 둘러보며 고려인의 독립운동사와 생활사, 한글문학의 흐름을 살펴본 뒤,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가 문빅토르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문빅토르미술관도 방문해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기억을 예술로 체험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일정을 넘어, 그동안 ‘투표권이 없는 외국국적자’라는 이유로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고려인 공동체가 사회적 관심의 중심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고려인마을 관계자는 “그동안 선거철이면 거의 찾지 않던 공간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이어지는 방문은 표가 아닌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인 동포들은 여전히 언어, 노동, 주거, 법률 등 다양한 문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는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1937년 강제이주의 아픔을 겪은 고려인 후손들이 조상의 뿌리를 찾아 돌아와 형성한 공동체로, 현재 약 7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이주민 거주지를 넘어 한 세기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역사 공간이다.
이번 변화가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과 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표권의 유무를 넘어, 사람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고려방송: 안엘레나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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