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일본에서 2022년도 국화 생산액은 537억엔(한화로 약 4,678억5천만원)으로 전체 화훼 생산액 중 16%이며, 국화 절화 생산량은 12.3억개로 전체 절화 생산량 31.4억개 중 39.2%를 차지한다. 이렇게 많이 생산된 것도 모자라 일본에서 소비되는 국화량 중 26.0%인 3.2억개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2023. 花きの現状について. 日本農林水産省).
일본에서는 화훼산업 중에서 국화의 비중이 큼에 따라 국화를 ‘꽃 산업의 쌀’이라고 칭한다. 일본에서 국화가 이처럼 많이 생산되는 배경과 대량으로 소비되는 것은 장례식과 불교제단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화가 장례식과 불교제단에 많이 사용됨에 따라 일본에서조차도 국화는 장례식의 꽃이나 불교에 사용되는 것이 일본의 전통문화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중국 원산의 국화가 어떻게 해서 일본의 장례식과 불교에 사용하는 전통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국화는 일본 전통 장례문화와 관련성이 전혀 없다. 불교와의 관련성 또한 없으므로 일본에서 장례식과 불교제단에 국화가 사용되는 것은 일본 전통문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현재의 장례식과 불교 제단에 국화가 많이 사용되게 되었을까?
일본에서 장례식과 불교 제단에 국화가 사용되게 된 것은 국화의 전조재배(電照栽培)와 관련이 있다. 전조재배는 전등 조명을 이용해서 낮 길이(일장)를 조정해서 원래의 개화 시기보다 빨리 개화시키는 촉성재배 또는 늦게 개화시키는 억제재배를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국화의 전조재배는 1947년 도요하시시(豊橋市)를 중심으로 억제재배(전조재배)가 본격적으로 개시되어 꽃을 구입할 수 있는 기간이 폭넓어졌다(이윤희. 일본 장례 꽃장식에서 국화꽃의 사용 배경. 전남인터넷신문 2024.6.15.).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촉성재배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조재배 기술 수준도 낮았고, 국화의 생산량도 적었다.
이 시기에 일본 장례식의 제단 사진 자료들을 보면 꽃은 없거나 기껏해야 제단의 양쪽에 놓인 꽃병에 꽃이 아주 조금 꽂아져 있을 뿐이었다. 꽃의 종류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꽃이었다. 국화가 장례식 제단과 불교 제단에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1960년대 고도경제 성장기이다. 이 시기에는 더위에 강하고, 여름에도 전조재배에 의해 개화를 조절할 수 있는 국화 품종이 육성되었고, 국화의 전조재배가 확립되었다.
이로 인해 여름철에도 국화가 생산되어 연중 국화꽃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더욱이 국화는 다른 꽃에 비해 수명이 길어서 장례식이나 결혼식 같은 행사나 불교제단에 사용하기에 좋은 꽃이었다. 과거의 자료들을 보면 국화는 장례식뿐만 아니라 결혼식에도 많이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웨딩부케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국화는 고도 경제 성장기의 생화제단에 사용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장례식의 꽃으로 사용되면서 장례식의 꽃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수요가 많아 일본에서 꽃 산업의 쌀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일본에서 국화를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
국화가 장례식이나 불교제단에 사용되는 것은 일본 전통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좋은 꽃들이 있는데도 꼭 국화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장례식과 불교제단에 사용되는 꽃들이 국화가 아닌 다른 꽃들의 사용이 증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에서는 흰색 국화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장례식장의 장식에 사용되는 꽃은 빨강이나 핑크 장미가 사용되는 것도 드물지 않게 되었고, 고인이 좋아했던 꽃을 장식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장례식장의 꽃장식 규모가 클 때는 1륜 국화가 돋보이지만 가족장(家族葬) 등의 작은 제단에는 서양 꽃 쪽이 깨끗하고 잘 어울리므로 국화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국화의 소비를 회복하기 위해서 선물용 꽃이나 이벤트 장식 등에 사용하고 싶어도 장례식이나 불교의 꽃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사용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결론적으로 국화가 일본 장례식이나 불교에 사용되는 것은 일본 전통문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면서도 장례의 꽃, 불교의 꽃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장례와 불교용 꽃의 대체 수요를 찾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78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