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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한갈쿠 식혜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9-01 08: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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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 지난봄에 전남 22개 시군의 5일장을 방문해 먹거리 재료를 조사했다. 


당시 오일장을 대강대강 훑어보면 판매하는 물건들이 비슷비슷해 보였으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장마다 제각각 특색이 있었다. 


특히 산채류는 지역마다 출하된 종류에 차이가 있었고, 같은 종류라도 지역마다 이름을 달리 불린 것들이 많았다.

 

엉겅퀴를 사례로 들어 보면 줄기와 잎을 국거리로 이용하는 지역, 주로 뿌리를 약용으로 이용하는 지역 등 다양했는데, 이름만큼은 어느 곳이나 한갈쿠로 불리고 있었다. 시장에 출하된 엉겅퀴 양도 달랐는데, 판매처가 특히 많은 곳은 강진과 장흥 오일장이었으며, 이중 강진의 오일장에서는 판매처 비율이 가장 높았고, 판매량도 가장 많았다.

 

강진에서 엉겅퀴의 판매량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이용 문화가 발달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지역의 고령자분들을 대상으로 용도와 이용했던 시기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엉겅퀴의 이름에 대해서는 모두 한갈쿠로 인식하고 있었다. 용도는 된장국 외에 관절염과 간에 좋다며 약용으로 이용한다는 응답 등 다양했다.

 

엉겅퀴의 효능은 허준(許浚, 1546-1615)이 저술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나와 있다. 즉,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하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어혈이 풀리게 하고, 코피 흘리는 것을 멎게 한다. 옹종과 옴, 버짐을 낮게 할 뿐만 아니라 여자의 적백대하(赤白帶下)를 낫게 하고 원기를 보태어 주며 혈을 보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서 엉겅퀴는 독이 없으며, 약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만큼 약용으로서의 식용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어 강진군만의 엉겅퀴 이용 특성 문화로 판단하기에는 무리였다. 약용과 된장국 이용 문화 외에 강진만의 특이한 엉겅퀴 이용 문화를 찾아본 결과 한갈쿠 식혜 문화였다.

 

엉겅퀴가 식혜에 이용되었던 곳들은 더러 있다. 그런데 강진에서는 과거에 식혜를 만들 때 한갈쿠를 꼭 이용했다는 제보가 많았다. 고령자분들은 일제 강점기 때도 “가을이면 한갈쿠를 채취하여 말린 후 큰 가마솥에 넣고 끓이기를 두세 번 반복한 후 이 끓인 물로 식혜를 만들었다”라는 말씀을 하신 분들이 특히 많았다. 일제 강점기 이후 1970년까지도 “건강을 위해 가을철이면 한갈쿠를 뜯어다가 끓인 물로 식혜를 만들어 이용했다”라는 응답 또한 많았다.

 

강진에서는 이처럼 식혜를 만들 때 많은 가정에서 한갈쿠 추출물을 사용했던 전통 음식문화가 있었고, 이것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특징이었다. 게다가 2022년 기준 전남의 22개 지역 오일장 중에서 강진읍 오일장은 산채된 엉겅퀴가 제일 많이 출하되고 거래되고 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이것은 강진군의 식문화와 특산음식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전통이자 스토리텔링 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 자원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최근 지역의 인기 특산음식이 지역을 매력있게 만들어 차별화하고, 지역민의 소득 증대에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 강진군에서는 한갈쿠 식혜처럼 전통성이 있으며, 타지역과 차별화된 식문화가 있는 것들을 발굴하여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고 홍보하여 지역발전에 활용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조자용, 허북구, 양승렬. 2005. 나물용 엉겅퀴의 근권에서 Arbuscular 균근균의 분포. 한국유기농업학회지 13(2):197-209.

조자용, 허북구 외. 2005. 전남 지역 5일장에서 신선 산채류의 유통 실태. 원예과학기술지 23(4):396-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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