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농업 분야에서는 디지털농업(Digital Agriculture), 스마트팜(Smart Farm), AI농업(AI Agriculture), 농업DX(Agricultural Digital Transformation), 자동화농업, 로봇농업(Robot Farming),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애그테크(AgTech), 데이터농업(Data-driven Agriculture), 기후스마트농업(Climate-smart Agriculture) 등 다양한 용어가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연구기관, 기업 홍보자료, 언론 기사에서도 이러한 표현이 혼용되면서 농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부 농업인들은 “무엇이 서로 다른 개념인지 모르겠다”, “비슷한 말을 계속 새롭게 만드는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들 용어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범위와 강조점이 다르다. 문제는 개념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과 사업이 추진되면서 현장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단순히 새로운 용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정리하고 현장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장 넓은 개념은 디지털농업이다. 디지털농업은 센서, 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위성,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농업 전반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뿐 아니라 유통, 소비, 경영, 물류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농업의 디지털화 전체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팜은 디지털농업의 일부이다. 스마트팜은 온실이나 축사, 과수원 등에 센서를 설치하여 환경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 중심 개념이다. 즉 스마트팜은 디지털농업의 대표적인 현장 적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리온실 중심에서 벗어나 노지형 스마트농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AI농업은 인공지능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는 분야이다. 단순 자동화와 달리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예측하는 기능을 가진다. 병해충 발생 예측, 생육 분석, 생산량 예측, 시장 가격 분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생성형 AI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농업 기록 관리나 경영 분석에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정밀농업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투입하는 농업 방식이다. 비료와 물, 농약을 균일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토양 상태와 작물 상태를 데이터로 분석하여 정밀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다. 환경 부담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로봇농업은 인간 노동을 기계와 로봇이 일부 대체하는 개념이다. 자율주행 트랙터, 수확 로봇, 제초 로봇, 방제 드론 등이 대표적이다.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 측면에서 특히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많이 사용하는 농업DX는 다소 범위가 다르다. DX(Digital Transformation)는 단순히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농업의 운영 구조 자체를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과 유통, 소비, 플랫폼, 관광, 교육, 치유농업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는 산업 구조 전환 개념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용어들이 현장보다는 정책과 산업 논리 중심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떤 사업은 스마트팜 사업인데 AI 사업으로 홍보되기도 하고, 단순 자동화를 DX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홍보자료에서는 비슷한 기술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용어는 많아지는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개념 이해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교육과 정책 전달 과정에서도 문제를 만든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무엇을 도입해야 하는가”, “어떤 기술이 실제로 필요한가”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고령 농업인이나 소규모 농가는 새로운 용어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결국 기술보다 용어가 먼저 앞서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몇 가지 대처가 필요하다. 첫째, 용어 체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연구기관, 교육기관이 공통된 기준으로 용어를 정리하고 설명해야 한다. 비슷한 개념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거나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둘째, 기술 중심보다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인가”보다 “무슨 문제를 해결하는가”이다. 노동력 부족 해결인지, 물 사용 절감인지, 병해충 관리인지 목적 중심 설명이 필요하다.
셋째, 현장 맞춤형 교육이 중요하다. 단순히 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업인이 실제 활용 가능한 수준에서 단계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고령 농업인을 위한 쉬운 설명과 실습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 넷째, 디지털 격차 문제를 줄여야 한다. 대규모 농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소규모 농가는 소외된다면 농업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역 단위 공동 활용 시스템과 공공 플랫폼 구축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농업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농업은 생명 산업이며 환경과 공동체, 먹거리 안전과 연결된 분야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 역시 생산성 향상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환경, 농촌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가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농업 시대의 핵심 과제는 새로운 용어를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가 아니다. 다양한 기술과 개념을 농업 현장에 맞게 이해하고 실제 문제 해결에 연결하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용어 경쟁보다 현장 농업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실질적인 활용 체계를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AI와 스마트농업의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04.23.)
허북구. 2026. 전남 농업과 노지형 스마트농업의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04.17.)
허북구. 2024. 전남 농업 DX.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06.18.).
허북구. 2024. 농업의 치유 효과와 DX 그리고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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