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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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붕 ( 天 崩)/박영동
칠십 객 노인과 삼십 대 아들이
문중 선영자리 살피러
거친 숨 몰아 산을 오른다
묵묵히 따르던 아버지가
“아들아 이 자리 어쩌냐”
“아부지 맘에만 들면 좋습니다”
아부지의 아부지를 모실 생각이던
발걸음이 뚝 멈춰지고
가슴은 타오르며 먼 들판을 노리는데
흐릿해지는 산천을 뒤로하고
눈물 조...
2020-06-11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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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 / 강성희
짝 잃은 귀뚜라미 숨바꼭질 밤새우고
힘 떨어진 매미들 가쁜 숨 몰아쉴 때
한낮의 불볕 햇살이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고추잠자리 맴도는 타들어간 노을빛에
눈썹달의 미소가 음표처럼 걸려있어
환상의 풀벌레화음 여름을 재촉한다
강성희 약력
전남 무안출생
목포해양경찰...
2020-05-26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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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긴 이미 늙었어/황성용
도발이라
네 이마는 계단 바닥으로 엎어져서 출혈이라
직성은
이연주 시인이 자살하고 난 후의 격한 궁기의 극점이라
정점에 있는 슬픔이다
푸른 낙엽송의 입하도 뿌리째 말라 있고
가지가지 반점 짙게 물컹해 있다
결핍에서 꽐꽐 쏟아지는 통수라
노변에 버려진 자기의 초상이라
순간 눈보라치는 산등성이를 넘...
2020-05-25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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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정읍사/김경애
정읍사가 어디 있는 절이냐고 물었다 한들
당신 마음속에 내가 깃들어 있다면
그게 절이든 가사든 죽음이든
우리 사랑을 노래하는 데에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쪼르륵 쪽 휘파람 부는 쏙독새처럼
한 생을 속닥거리며
정읍사로 떠가는 당신과 나의 그림자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벚꽃 ...
2020-05-24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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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어당*의 봄/유헌
무릎 꿇은 광해의
핏물 든 환청일까
흠칫, 놀란 잔가지가
우듬지 뒤흔들어
석어당 살구꽃잎이
그날처럼 지고 있다
꽃이 질 때마다
감아둔 나이테가
차르르 풀어놓은
연분홍 필름 한 장
석어당 겹처마 끝에
살구꽃 피나보다
유헌 프로필
2011년≪月刊文學》상반기 시조 신인상, ≪한국수...
2020-05-23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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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 망초, 개망초/박행자
잘살아 보것다고
정들인 고향 박차고 떠날 때
마음인들 오죽했을라고
빈집 너른 마당에도
버려진 논밭에도
늘 꽃삽이 놓여있던 작은 꽃밭에도
하양하양 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 무리
망할 놈의 것
천하의 몹쓸 잡초라고 구박하며
미운털 뽑아내려다 손목께나 아펐을 거시여
그렇게 천덕꾸러기로 내몰려
서러...
2020-05-21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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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림자 / 이종숙
산그림자 드리우니
낮은 물도 깊어진다
어디로부터 와서
저리 몸 담그고
모두를 아우르나
소금꽃 피우는 더위도
어물쩍 그 품에 안겨
한 숨 돌리며 쉬고 있다
이종숙 약력 :
2003년 등단
시집 『아직은 따뜻하다』 외
목포 문인협회 회원
목포 시문학회 회원
2020-05-20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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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 꽃 질 무렵/목선 이순동
소스라치게 놀라서 눈을 떴어
황급히 일어서서 가보니
어이가 없더군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소리를 친 거였다
생각지도 못한 출몰
녀석은 동면에서 깨어나 거실과 방을 점령 하로 온 거였다
지나간 겨울
모질게 불어왔던 바람이 손가락 수보다 작았고
햇살이 쪼개어 앉자던 봄도 짧은 탓일까
땅속에서 깨...
2020-05-19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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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를 밟으며/전경란
하늘
푸른 잔디
함께한 파트너들
삼박자의 호흡
행복한 웃음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닌
서로 존재의 가치
함께 격려하고
함께 박수치고
함께 위로 해 주는 마음과
한 곳을 바라보는
푸른 잔디 위 사람들
딱 . .
경쾌한 리듬으로 소리 내며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작은 공...
2020-05-18 김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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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국화빵/조기호
어머니는 숙주宿主였다
낡은 브라더 미싱을 붙잡고
밤마다 마른 관절 마디마디를 꿰매시던 어머니는
종무소식인 아버지를 끝내 찾지는 않았지만
헝클어진 실타래를 이빨로 잘근잘근 풀어낼 때면
가는 봄 오는 봄의 그 구슬픈 언덕배기에
‘징한 놈’ ‘무지한 놈’을 냅다 패대기치곤 했었다.
밥상머리마다 ...
2020-05-17 김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