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설 명절을 앞둔 겨울 아침, 골목을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웠다.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지역아동센터(바람개비꿈터공립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놀이공원과 눈썰매장을 찾는 날이었다.조상의 땅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언어와 문화의 경계 위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 설 명절은 설렘과 함께 어쩌면 조금의 그리움도 데려왔다. 먼 중앙아시아 초원 위에 남겨둔 가족의 기억, 익숙했던 겨울 풍경이 마음을 스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나들이는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겨울에 따뜻한 웃음을 더해주기 위해, 마을 지도자들이 준비한 설맞이 선물이었다.
놀이공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얼굴에는 금세 환한 미소가 번졌다. 회전목마 위에서 흔드는 손, 공중으로 올라가는 놀이기구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 친구의 손을 꼭 붙잡고 함께 웃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어 찾은 눈썰매장에서는 또 다른 겨울의 즐거움이 펼쳐졌다. 하얀 눈 위를 가르며 빠르게 내려오는 순간, 아이들의 웃음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졌다. 몇 번이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한 번 더!”를 외치는 아이들. 누군가는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우고, 누군가는 서로의 썰매를 끌어주며 자연스레 배려를 배웠다.
신나게 뛰놀고 난 뒤 맞이한 점심시간은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식탁에 둘러앉은 아동들은 준비된 따뜻한 식사를 나누며 오전의 즐거움을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눈썰매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또 오고 싶어요!”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함께 먹는 한 끼는 놀이만큼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날의 점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주는 설맞이 밥상이 되었다.
이지현 센터장을 비롯한 인솔 교사들은 곁에서 안전을 살피며 “설은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는 날이야.” 라고 말하며 설의 의미도 함께 나누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망을 적어보기도 했다. 그 소망 속에는 ‘친구와 오래 지내기’, ‘한국말 잘하기’, ‘엄마 아빠 건강하기’ 같은 소박하지만 깊은 바램이 담겨 있었다.
이번 체험은 하루의 놀이를 넘어선 ‘기억의 시간’이 되었다. 함께 줄을 서고, 기다리고, 웃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공동체의 따뜻함을 몸으로 배웠다.
한편,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지역아동센터는 학습과 돌봄을 넘어 아이들이 안정된 정서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체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설맞이 놀이공원·눈썰매장 체험 역시 아이들에게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을공동체의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로 마련돼, 아동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고려방송:이부형(고려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