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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 AI 시대 식탁을 위한 구독경제를 준비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2-10 09: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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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AI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식탁의 풍경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결정은 더 이상 취향이나 유행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AI에 의해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리듬, 스트레스 수준, 활동량까지 고려해 음식이 선택되는 시대다. AI는 소비자에게 “무엇이 평균적으로 좋은가”가 아니라 “지금의 당신에게 무엇이 맞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농업이 서 있어야 할 자리는 달라진다.

 

AI의 개입으로 소비자의 음식 선택 범위는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같은 채소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회복을 돕는 식재료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리와 조절을 위한 재료가 된다. 문제는 생산과 유통 구조다. 여전히 하나의 품목을 대량으로 생산해 전국에 동일하게 유통하는 방식으로는 이렇게 세분화된 식탁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 농업은 획일적인 대량 공급이 아니라, 각각의 소비자에게 정확히 닿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남 농업을 살펴보면 대규모 단일 품목 중심 구조라기보다, 오래전부터 소량 다품종을 기본으로 유지해 온 지역이다. 논과 밭, 과수와 채소, 해조류와 특용작물이 공존하고, 농가 단위에서도 여러 작물을 동시에 키우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이 특성이 ‘비효율’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AI 시대의 식탁에서는 이 구조가 오히려 강점이 된다.

 

AI 시대의 식탁은 하나의 완성된 메뉴가 아니라, 조합 가능한 재료의 집합에 가깝다. 어떤 사람에게는 저염과 발효가 중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에너지 보완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정서적 안정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전남 농업이 보유한 쌀·채소·콩·잡곡·해조류·발효 식재료는 이러한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구성될 수 있는 재료 풀이다. 즉, 전남 농업은 이미 ‘맞춤 식탁의 재료 창고’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를 실제 소비와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구독경제 모델이다. 구독 농산물은 단순히 매달 같은 꾸러미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다. AI 시대의 구독은 소비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구성과 비중이 달라지는 동적인 공급 방식이어야 한다. 계절과 작황, 개인의 식습관 변화에 따라 식재료가 조정되고, 소비자는 자신의 식탁이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전남 농업이 지향해야 할 구독 모델은 ‘많이 보내는 구독’이 아니라 ‘잘 맞는 구독’이다. 스트레스 관리 중심의 채소와 차류 묶음, 저염 식단을 위한 발효 재료 세트, 활동량이 많은 소비자를 위한 곡물·단백질 보완 구성 등 용도 중심의 소량 다품종 구독이 가능하다. 이는 대규모 시설보다 농가 간 연계와 협업에 강한 전남 농업의 구조와 잘 맞는다. 특히 농업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 창업농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AI가 식탁을 개인화할수록, 사람들은 숫자와 수치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먹는 경험’을 찾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치유농업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전남의 치유농업 현장은 생산–조리–식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을 수 있는 공간이다. 구독으로 연결된 소비자가 농장을 방문해 직접 수확하고 먹는 경험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신뢰와 관계를 만들어 낸다.

 

물론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AI가 모든 선택을 대신하는 순간, 음식은 관리 대상이 되고 인간의 감각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전남 농업이 만들어야 할 구독경제는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AI는 선택지를 넓히는 도구로 활용하되, 최종 결정과 경험의 주체는 소비자에게 남겨두는 구조여야 한다.

 

AI 시대는 농업에 분명한 전환을 요구한다. 평균을 기준으로 한 대량 생산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개인을 기준으로 한 소량 다품종 식탁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남 농업은 이미 그 방향에 필요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큰 규모가 아니라, 더 정교한 연결이다. AI가 만든 소량 다품종 식탁에 응답하는 구독경제 모델을 선점할 수 있다면, 전남 농업은 AI 시대 식탁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구독경제로 키워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01-27).

허북구. 2025. 전남도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 한국형 CSA의 마중물이 되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6-11).

허북구. 2025. 전남 친환경 농업, 식탁까지를 설계할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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