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지난 3일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은 전남산 프리미엄 가루 녹차 2.7톤이 호주에 수출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를 성과로 소개했다. 물론 우리 차가 해외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수출이 진정한 의미의 ‘성과’로 해석될 수 있는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냉정히 말해, 이는 자랑보다는 반성과 전략적 대응의 기회로 삼아야 할 일이다.
2023년 기준, 호주는 총 1,010,870kg(약 1,281만 달러 상당)의 가루 녹차를 수입했다. 전남에서 수출한 2.7톤은 전체 수입량의 0.267%에 불과한 미미한 수치다. 더구나 일본은 인건비가 높은 국가임에도 96.6톤, 즉 전체 수입량의 약 9.6%를 호주에 수출했다. 다시 말해, 일본은 프리미엄 가공 차 시장에서 이미 자리 잡은 국가이고, 그 틈새에서 한국산 녹차는 여전히 ‘시도’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전체 차 생산량의 약 70%를 분말 형태인 말차로 가공한다. 2023년 기준 말차 생산량은 약 4,176톤이며, 이 중 2,000톤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호주로의 수출량은 전체 수출의 4.8%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이 이처럼 가루 녹차 수출 강국으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말차문화의 전통에 기인된 고도의 가공 기술과 수요 맞춤형 생산체계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녹차 산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가루 녹차 생산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특히 분말차는 정교한 가공기술과 품질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잎 전체를 섭취하게 되는 분말차의 특성상, 잎의 색, 향, 맛, 잔류농약 여부가 모두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온 분쇄 시 열 발생을 억제하는 저온분쇄 기술, 입도(粒度)를 평균 5~1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유지하는 미세 분쇄 기술 등 정밀장비와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전남에서 호주로 수출된 이번 2.7톤의 가루차는, 지속가능한 수출체계나 대량 생산체제에 기반한 결과라기보다는 일부 소량가공 기업의 기술에 의존한 ‘보여주기식’ 수출의 한계를 드러낸다. 가루 녹차 수요는 많고 시장 전망도 좋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가루 녹차 시장은 2024년 약 36억 6천만 달러 규모에서 2033년에는 약 81억 1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가루녹차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리며 항산화, 디톡스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음료, 디저트, 화장품, 기능성 식품까지 응용 분야가 넓다.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에서의 수요 증가가 뚜렷하며, 호주의 가루녹차 시장만 해도 2024년 기준 약 3,540만 달러에서 2030년 약 5,27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성장하는 세계시장에 한국은 본격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남의 경우 보성, 강진, 순천 등 유서 깊은 차 산지를 중심으로 고품질 녹차 생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가루차 생산을 위한 전용 공정시설이 부족하다. 기존에는 차잎을 따고 덖는 1차 가공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프리미엄 가루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확, 선별, 가공, 분쇄, 품질 관리까지 모든 단계가 정밀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수출 기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산업 기반의 정비이다. 전라남도와 중앙정부는 녹차의 2차·3차 가공시설 확충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하며, 기업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수출 유통망 확보에 힘써야 한다. 특히 친환경 농법과 연계한 유기농 인증 시스템 도입, 탄소중립형 생산 공정 도입 등 글로벌 소비자가 선호하는 ‘지속가능성’ 요소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전남은 이미 전국 최대의 친환경 농산물 산지이며, 차밭도 연계선상에 있다. 여기에 기술과 인프라, 마케팅 전략이 결합된다면 침체된 녹차 시장에 대해 가루 녹차 수출로 활기를 모색할 수 있다, 동시에 가루녹차 추출과 함께 산지의 홍보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에 의해 인바운드 관광객을 유치할 수가 있어 지역경제 전반의 파급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러한 결과를 성취하고 효과를 내려면 “2.7톤을 수출했다”라는 작고 짧은 성과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왜 겨우 2.7톤밖에 수출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시장은 이미 열려 있다. 차밭도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과 ‘투자’와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전라남도와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