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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의 덫에 빠진 전남 농업, 괜찮은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5-23 0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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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외국인 노동자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전남의 농업 현장에서 단순한 임시 인력이 아닌, 사실상 핵심 노동력으로 자리잡았다. 2025년 상반기에만 전남에 투입될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1만 2천 명. 이는 지난해 전체 배정 인원을 이미 넘어서는 규모다.

 

그만큼 전남 농업은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는 기존에 농가나 농협에 맡겨 왔던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숙소를 지자체가 직접 건립하기 시작했다. 현재 무안과 담양에서는 이미 운영 중이며, 해남과 영암에서도 공사가 한창이다.

 

이 같은 조치는 고령화와 후계농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수확, 선별, 출하 등 계절성이 강한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외국인 노동력 수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남 곳곳의 농촌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이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 국제 정세, 출입국 정책, 정착률 저하, 처우 문제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의존’이라는 단어는 위험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전라남도와 각 지자체, 농업 관련 기관의 대응은 대체로 수동적이다. 외국인 노동자용 숙소 신설, 생활 지원 강화 등은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구조적인 인력 문제의 근본 해법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라는 현실을 인정하되, 그 의존도는 낮추려는 전략적 전환이 절실하다. 농업의 각 작업 공정 중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면밀히 분석하고, 기계화로 대체 가능한 작업부터 선별적으로 자동화·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양파 식재나 수확 작업은 해외에서는 이미 기계화가 보편화되어 있어 노동력을 크게 줄이고 있지만, 전남의 도입률은 여전히 낮다. 채소 수확·선별·포장·운반 등의 공정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인식 기술과 AI 기반의 수확 로봇, 무게·형태 자동 판별 장비, 무인 운반차량 등은 이미 일부 선진 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중소 규모 농가에는 거의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초기 투자비용 보조, 농기계 임대사업소의 확대·정비, 공동 이용 조직 육성, 기계 조작 교육 및 유지보수 지원체계 구축 등 다각적이고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

 

흔히 농업 기계화는 대규모 농가만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드론, 소형 로봇 등 경영 규모에 맞는 맞춤형 기계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행정은 이러한 다양성에 대응하는 유연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계화와 병행하여 지역 내 잠재 노동력의 발굴도 중요하다. 예컨대 고령자의 단시간 근로, 육아 중인 주부의 파트타임 참여, 정년퇴직자의 농작업 참여 등은 실제 인력 부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사람의 손’이 필요한 작업에는 지역 인재를 활용함으로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작업이 기계로 대체될 수는 없고,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를 부정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역할을 ‘보완적’으로 인식하고, 우리 농업이 자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전남의 정책은 “사람이 없으니 외국인이 필요하다.”, “외국인이 필요하니 더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한다.”, “들어오니 숙소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대응의 연쇄에 머물러 있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안 되는 구조”에 갇혀 버린 셈이다.

 

앞으로 농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DX)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기계화는 그 핵심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함께, 기술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정책 정비가 전남 농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이제는 “외국인에 의존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농업”이라는 새로운 구조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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