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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한 아름, 어르신들의 나물 캐기 - 남도치유한식연구회 회장 장영애
  • 기사등록 2025-04-28 08: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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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이 부드러운 초록빛으로 물든 시기이다. 초록빛 자연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작은 생명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 어르신들이다. 도시에 사는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고 특별한 일처럼 보일지 몰라도, 시골에 사는 고령자들에게 나물 채취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이고, 자존감의 뿌리가 된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중과 가치감을 의미한다. 자신이 소중하고 유능하며,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으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건강한 삶에 에너지가 된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 살아온 어르신 세대에게 '나물'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특정 나물을 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거나 요리해 먹는 것은 어린 시절로 되돌릴 수 있으며, 어르신들에게 행복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대한 이러한 성찰이 삶에 의미와 자아 연속성을 부여하고, 경험과 관계적 유대감을 재구축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향수'에 의해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할수 있다.

 

나물 캐기는 어르신들에게 신체 활동 증가 기회를 제공하여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일부 암, 제2형 당뇨병, 우울증, 심장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효과와 더불어 겨울을 견디고 다시 움트는 생명, 노동의 기쁨, 그리고 가족을 위한 사랑이 모두 얽혀 있는 것으로 지금도 자연 속에서 여전히 유능하고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나물 하나하나를 알아보고, 적당한 시기에 채취하고, 손질해 식탁에 올리는 과정은 오랜 경험과 지혜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곧, '나는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으로 이어진다. 취나물 등을 채취하여 자식들에게 주거나 이웃과 나눠 먹을 때는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나물을 채취하고 이용하는 것은 어르신들의 사회적 관계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동네 친구와 함께 산에 오르고, 서로 나물이 많은 곳을 알려주거나 조리 방법을 공유하고, 채취한 나물을 노인정에서 조리해서 함께 식사하면 고립감을 덜 수 있게 된다.

 

특히 도시화로 인해 점점 줄어드는 공동체 속에서, 이런 자연 기반의 활동은 고령자들에게 소중한 연대감을 선물한다. 나물 손질이나 조리 과정에서도 가족이나 이웃과 자연스레 소통이 일어나며, 자신이 여전히 '돌봄을 주는 사람'이라는 역할을 확인할 수 있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진다. 

 

나물 캐기 위해 야외에서 햇빛을 쬐고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근력 유지와 비타민 D 합성에 도움을 준다. 집중해서 나물을 찾는 활동은 인지 기능을 자극해 치매 예방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 모두에 이로운 활동인 셈이다.

 

물론 나물 채취는 무분별한 남획이 아니라, 자연을 존중하고 필요한 만큼만 얻는 지혜를 전제로 한다. 혹은 텃밭에서 재배한 나물을 캐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체득한 존재로서 더욱 빛난다. 자신이 쌓아온 삶의 방식을 다음 세대에 전해줄 때, 어르신들의 자존감은 단단해지고 풍성해진다.

 

나물 한 줌에는 어르신들의 시간이, 손길에는 어르신들의 삶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존엄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자연을 거닐며 작은 생명을 모으는 일. 그것이 바로 어르신들이 삶을 긍정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가장 따뜻한 방식 중 하나다.

 

나물을 많이 활용해 왔던 남도의 음식은 위와 같은 나물을 캐고 다듬는 데서부터 치유 효과가 있었다. 특히 고령화가 매우 많이 진행된 남도의 시골에서는 어르신들이 나물을 캐고 이용하는 것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그것이 치유의 밥상이 되게 한다.

 

[참고문헌]

Bhatti, M. et al. 2009. I love being in the garden: enchanting encounters in everyday life. Soc & Cul Geog 10:61–76.

Mathers, C.D. et al. 1999. The burden of disease and injury in Australia. Canberra, ACT. Australia: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Tilburg, W.A. 2009. How nostalgia infuses life with meaning: from social connectedness to self-continuity. Eur J Soc Psychol 49:52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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