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놓인 교황의 관 : 연합뉴스[전남인터넷신문]과거 가톨릭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학대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은퇴한 미국 추기경이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의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교구장을 지낼 당시 아동 성학대에 부실 대처한 의혹을 받아온 로저 마호니(89) 추기경이 각각 25일, 26일 예정된 교황의 관 봉인과 유해 안치 의식을 주관할 추기경 9명의 일원으로 결정되자 아동 성학대 피해자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제들에 의한 성 학대 사건을 추적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비숍어카운터빌리티'(bishopaccountabiliy)를 이끄는 앤 배럿-도일은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공개 의식에 참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이렇게 되도록 허용한 추기경단 역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분노했다.
또 다른 성학대 피해자 모임인 '사제 학대 생존자 네트워크'의 데이비드 클로헤시 전 대표는 마호니 추기경에게 역할을 부여한 것은 "(성 학대 부실 대처에) 공모한 주교들에게 '그들이 동료들에 의해 여전히 보호받고 존경받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장을 지낸 로저 마호니 추기경 : 연합뉴스
1980년대 미국 최대 규모인 LA 대교구 대주교를 지낸 후 현역에서 은퇴한 마호니 추기경은 재임 당시 교구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 학대를 은폐하고, 가해 사제들을 감싸는 등 성 학대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을 받자 이에 대해 거듭 사과한 전력이 있다.
LA 대교구는 그의 재임 당시인 2007년 사제 성 학대 피해자 500여명과 6억6천만 달러(약 9천500억원)의 배상금 지급에 합의한 바 있다.
LA 대교구는 이후 비난이 거세지자 성 학대 부실 대처 책임을 물어 2013년 마호니 추기경의 공무를 전면 박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호니 추기경은 자신이 사제들의 성 학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가톨릭 교회가 성 학대를 저지른 사제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를 제대로 몰랐던 시점이었다면서 범법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마호니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와 관련한 두 의식에서 역할을 맡은 것은 그가 장례 미사에 참석한 추기경들 가운데 최연장자인 점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25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진행될 교황 관 봉인과 26일 이어지는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의 유해 안치 의식을 주관할 추기경 9인에는 마호니 추기경 외에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 단장,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패렐 추기경,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 현역 거물급 추기경들이 포함됐다.
마호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에서는 80세의 연령 제한에 걸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