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세승마을 벽화봉사 현장에서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양지부 봉사자들이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사진 제공 =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양지부][전남인터넷신문/강성금 기자]전남 광양시 광양읍 세승마을의 회색빛 담벼락이 주민의 요청과 벽화 봉사자의 손길로 새 옷을 입었다.
세승마을은 65가구, 90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전남 동부의 조용한 농촌 마을이다. 조선 중기 청주 한씨가 정착해 형성한 40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이다. 지금도 마을 중심에는 고택과 정자 터가 남아있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의 주택 담장에 하나둘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바로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양지부(지부장 조은국·이하 광양지부)가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벽화 봉사 ‘담벼락 이야기’ 덕분이다. 주민 요청으로 시작된 이번 봉사는 주택 두 곳의 담장에 각기 다른 주제의 벽화를 그리며 마을에 화사한 분위기를 더했다.
지난 22일 열린 세승마을 마을잔치에서 조은국 지부장과 주민들, 봉사자들이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 제공 =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양지부]이미 한 차례 세승마을 마을회관 옆 담장에 벽화를 그려준 바 있던 광양지부가 올해도 봉사를 계획하자 마을 주민들은 먼저 나서서 담장 정비를 요청했다. 이에 봉사자들은 엿새 동안 붓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며, 마을을 향한 주민들의 따뜻한 바람을 담은 벽화를 완성했다.
세승마을 입구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 들어서자, 노란빛 담벼락이 눈길을 끈다. 담벼락 위로 잘 익은 벼가 한들한들 춤을 추는 듯한 황금빛 들판이 펼쳐져 있다.
이 벽화에는 마을이 넉넉하고 평온하기를 바라는 담장 주인의 마음이 담겼다. 노란 벼 사이로 산등성이와 들꽃, 무지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마을의 평온한 일상과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담장 주인은 “제가 바라는 게 많아져서 벽화 그리기 전부터 봉사자들을 많이 성가시게 했었다”고 고백하며 “완성된 그림을 보니 담장이 참 밝고 환해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벽화를 바라보는 내내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봉사자들이 세승마을 입구 주택 담장에 그려진 풍요를 상징하는 노란 벼와 무지개 벽화를 그리고 있다.[사진 제공 =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양지부]벽화 작업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들은 “정말 예쁘다”고 감탄하며 “우리 집 담장도 다음번엔 이렇게 예쁜 그림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집주인이 내심 부럽다”고 웃어 보였다.
마을회관을 지나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벽에 화사한 정원이 그려진 또 다른 주택이 나타난다. 푸른 풀 사이로 붉은 양귀비꽃이 활짝 피어올라 마치 나비를 유혹하듯 담장을 물들이고 있다.
벽화를 지켜보던 집주인은 “이왕이면 생기가 느껴질 수 있도록 화사한 분위기를 내달라고 부탁했는데, 원하던 그대로 그려줘서 정말 만족스러웠다”며 “마을에 담벼락이 많은데 다른 집도 예쁘게 그려주면 마을에 더 밝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은 두 벽화는 봉사자들과 주민들의 긴밀한 협력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광양지부는 작업 전 마을 이장과 사전 협의를 거친 뒤 주민들로부터 직접 동의를 받아 주제와 문구, 색감까지 세심하게 의견을 반영해 벽화를 완성했다.
골목 안쪽 담장에 붉은 양귀비꽃이 활짝 핀 모습이 담긴 벽화를 그리고 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 = 신천지자원봉사단 광양지부]봉사자들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번 벽화 봉사에 참여한 한 봉사자는 “2년 전에도 이곳에 와서 봉사했는데 올해에도 진행된다고 해서 자원해서 참여했다”며 “솔직히 그림에 소질이 없어서 망치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완성된 벽화를 보고 집주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작업이 마무리된 후 지난 22일에는 마을회관에서 현판식과 함께 마을 잔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마을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과 광양지부 봉사자 10여 명이 함께 식사하며 감사 인사를 나눴다.
마을 이장은 “오래된 집 담장들에 벽화를 그리고 싶어 광양시 관계 부서에 확인했지만, 시행 가능한 사업이 없어 답답했어요. 그런데 신천지자원봉사단의 벽화 봉사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다”며 “이 벽화가 우리 마을의 랜드마크가 됐어요. 분위기도 한층 환하게 만들어주니 참 좋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광양지부 조은국 지부장은 “벽화 봉사는 낙후된 담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끌어내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면서 “앞으로도 마을의 특색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며 마을별로 활동을 더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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