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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다듬기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 남도치유한식연구회 회장 장영애
  • 기사등록 2025-04-21 08: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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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을 자주 이용했던 우리나라의 식생활에서는, 나물을 채취하고 다듬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나물을 다듬을 때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손을 움직였는데, 이는 단순히 식재료를 준비하는 행위를 넘어 심리적인 치유 효과도 있었다.

 

나물 다듬기의 치유 효과는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나물을 다듬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심리적·감각적·정서적 측면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나물 다듬기는 다음과 같은 치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마음의 안정을 주는 반복 동작이다. 나물을 다듬는 손놀림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마치 명상과도 같은 효과를 준다. 복잡한 생각이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손을 사용하는 감각을 자극한다. 손끝으로 잎의 질감을 느끼고, 이물질을 골라내는 과정은 감각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손에는 많은 신경 말단이 분포되어 있어, 부드러운 자극을 통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긴장이 완화된다. 특히 손끝은 감각 수용체가 밀집된 부위로, 자극이 가해지면 뇌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기분 좋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조절에 도움을 준다.

 

셋째, 현재에 집중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나물을 다듬을 때는 흙, 작은 벌레, 상한 잎 등을 세심히 살펴 골라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현재의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걱정이나 불안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넷째, 자연과의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 나물은 자연에서 온 재료이기에, 그것을 손으로 만지고 다듬는 행위는 자연과의 연결감을 일깨운다. 이러한 연결은 심리적·정서적·신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스트레스 감소, 우울감과 불안 완화, 창의력과 집중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

 

다섯째, 돌봄과 준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이나 자신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자기 돌봄(self-care)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물을 다듬으며 정성을 쏟는 과정은 자기 효능감과 만족감을 높여준다.

 

여섯째,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계기가 된다. 예전에는 나물이 많을 때 이웃들이 함께 모여 나물을 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속에서 끈끈한 정이 쌓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나물을 다듬으며 고부 간 갈등을 조정하거나 풀어갔던 경우도 있었다. 나물 다듬기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상호 협력의 문화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장이었다.

 

일곱째, 추억과 정서적 안정에 기여한다. 나물을 다듬는 행위뿐 아니라, 어린 시절 할머니나 어머니와 함께 나물을 다듬었던 기억은 따뜻한 추억으로 남는다. 가족과 밤새 도라지나 더덕 뿌리의 껍질을 벗기고 다듬던 시간들은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삶 속에서 위로와 치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어릴 적 여름날, 소쿠리에 가득 담긴 고구마 잎줄기의 껍질을 벗기며 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 또한 잊을 수 없다. 고민을 조심스레 꺼내어 어머니께 말씀드리던 그 시간은, 나물 다듬기가 단순한 노동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계기였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치유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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