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정대철 헌정회장 : 연합뉴스[전남인터넷신문]정치 원로들은 17일 여야가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추진을 위해 국회 특위를 구성하고 개헌 과제를 여야정 협의체에 상정해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 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4차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해 김원기·박병석·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여야 각 정당 대표를 지낸 서청원·김무성·손학규·황우여 전 대표 등 10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추경과 함께 개헌 과제를 여야정 협의체에 조속히 상정해 본격 논의하고, 이른 시일 내 국회 헌법 개정특위를 구성해 즉시 가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정 회장은 "원로모임은 앞으로 헌정회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학계, 지방자치 관련 단체협의회, 언론단체 등 개헌 관련 각급 단체 및 국민과 함께 범국민 개헌 촉구 서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개헌 문제의 핵심은 야당에 있다. 그중에서도 민주당이 개헌 문제에 동의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게 핵심"이라며 "민주당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개헌을 안 한다고 하니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년 후 내각제 개헌, 대통령 임기 3년으로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며 "그게 국민적 동조를 얻으면 이 대표도 입장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로들은 탄핵 찬반 집회 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정치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국민 갈등이 위기 상황까지 와 있다"며 "지금까진 팬덤이 문제라고 했지만, 이 팬덤이 훌리건 성향까지 띄면서 과연 헌재 결정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선을 치른들 과연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을 것인가가 굉장히 심각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악마'라고 하는 등 분열적이고 적대적인 용어가 범람해선 내전 상태를 피하기 어렵다.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두고는 원로들 간에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계열 출신 일부 원로는 헌재가 편향적이라고 지적했지만, 민주당 출신 원로들은 헌법기관이 공격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탄핵 재판 과정이 제가 생각해도 불공정투성이라 생각한다"며 "어떤 판결이 나와도 그 판결에 대한 저항이 폭발해 지금까지보다 더 큰 국가적 위기가 올 것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문제를 양 진영에 편향된 정치 문외한인 법조인 8명에게 결정하도록 한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 (원로) 모임이 양 진영을 설득해 탄핵 재판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헌재를 무력화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라며 "얼마 전 서울서부지법이 폭력에 의해 공격당하는 일도 있었듯 이제 헌법기관, 정부 기관이 이렇게 불법적으로 공격받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총리도 "특정 정치적 주장을 가진 분들이 헌재를 공격하고 사법부를 공격하는 건 정말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