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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선물, 과일이 최선일까?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1-24 0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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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설을 앞두고 사과와 배가 선물용으로 많이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과 배는 명절 선물용 비중이 높다 보니 추석에 맞춘 출하 시기와 설 명절을 대비한 저장과 출하 기술이 발달되어 있다.

 

추석과 설 명절에 사과와 배 등의 과일이 선물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문화는 뚜렷한 소비처가 있고, 많은 양을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도 상당히 많다. 우선 출하 시기와 맛의 다양성에 기반한 소비자들의 자급용 구매 문화가 저해되고, 이로 인해 생산과 소비의 확장성에 제한을 받고 있다.

 

즉 구매자들이 선물용으로 과일을 구매하게 되면 과일의 품종, 맛, 구입 시기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선을 우선적인 구매 기준으로 삼고 구매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과일에 대한 지식 정도가 얕고, 자신의 구입한 것을 먹어보고 판단할 기회는 없이 선물하게 됨에 따라 맛있고, 좋은 과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될 기회가 적게 된다. 과일의 판매 또한 명절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재배 품종이 단순하고, 맛도 다양성이 부족해 다양한 소비자층과 입맛에 부응하지 못해 시장과 소비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과일 품종의 도입이 이루어지 않고, 재배 생산에 따른 노동력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 현상이 나타나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많게 된다.

 

한편, 설 명절은 앞두고 지역에는 명절 선물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제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자체장이 나서서 지역의 과일만을 언급하며, 설 명절용으로 구매해 달라고 홍보하는 지자체가 있다.

 

이것은 다른 품목 생산자와의 형편성을 그만두고라도 지역의 6차산업이나 산업구조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지자체장의 지역산업에 대한 인식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은 많이 판매하면 좋다고 할 수 있으나 과일은 원물이다.

 

과일만을 판매하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만 존재한다. 즉 1차산업과 소비자 그리고 일부 3차 사업만이 존재하게 되는데, 지역경제의 구조가 튼튼하게 되려면 2차산업도 탄탄해야 한다. 2차 산업은 농산물 등을 가공하는 단계로 이 단계에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고용이 증가하며, 그것은 3차 산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지역에서 생산된 과일을 곧바로 팔게 되면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공해서 판매하게 되면 ‘원물 + 부가가치’가 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이 늘어나고, 그만큼 지역에 이익이 된다. 그러므로 지자체에서는 2차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2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과 생산물의 판로 확보가 용이하게 하는 것들이 중요한데, 지자체 차원에서 원물만을 생각하고, 홍보하게 되면 2차산업을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따라서 특정 과일의 생산지라고 해서 특정 과일만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게 된다면 1,2,3차산업이 조화롭고,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성장하기 어렵게 된다. 지자체장이라면 지역의 산업 육성 측면에서 이 정도는 생각하고 설 명절 선물 방향 설정과 홍보를 했으면 싶다. 동시에 지역에서 생산된 가공품에 대해서도 소비가 촉진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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