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미국감자 소비 감소의 경고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8-27 08:17:17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감자는 영양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식품 분야에 혁신을 가져온 최초의 푸드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안데스 지역에서 처음으로 재배 품종화되어 스페인 이식자에 의해 1500년대 중반에 남미에서 유럽으로 반입된 감자는 어떤 땅에서도 잘 생육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뛰어난 영양원이 되었다. 차갑고 축축한 유럽의 기후에도 적응해 밀, 보리, 귀리 등 토착의 작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대풍작을 가져왔다.

 

과거 유럽에서 감자에 대한 의존이 현저하게 높았던 곳은 아일랜드였다. 아일랜드에 처음으로 감자가 반입된 것은 17세기 초이다. 그로부터 100년 안에 이 나라의 인구는 2배가 늘었으며, 1845년에는 850만명으로 격증했다.

 

작가인 존 리더는 저서 ‘Potato: A History of the Propitious Esculent(감자: 이 훌륭한 재료의 역사)' 에서 “850만명 중 90% 이상이 감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라고 썼다. 그런데 1845년에 유행한 진균성 역병으로 아일랜드산 감자는 거의 전멸하였고 그 탓에 1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사망했다.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알려진 이 사건으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미, 호주, 영국으로 이주해야 했다.

 

저렴하고 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하며, 영양이 풍부한 감자는 유럽에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 장점이 주된 이유가 되어, 최근의 감자는 미국에서‘2급 채소’로 취급되고 있다. 다른 채소와는 달리 감자의 대량 섭취는 2형 당뇨병의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덴마크에서 행해진 한 관찰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그 밖에도 감자의 섭취와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과 같은 심혈관 대사 질환의 위험 인자와의 관련을 지적하는 연구가 몇 가지 발표되어 있지만, 그것이 질병이나 사망자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명백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아일랜드 등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감자와 떼 놓을 수 없다. 감자 소비량이 정식 기록이 시작된 1970년 이후 1996년에는 두드러져 당시 미국인은 연간 약 29kg의 감자를 먹었다. 미국인의 평균 감자 소비량은 현재 최성기에 비해 30%나 줄었으며, 미국인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약 20kg까지 떨어졌다.

 

현대 미국인들의 1인당 연간 감자 소비량은 감자튀김의 경우 약 9.5kg, 감자칩은 약 1.7kg이다. 감자는 기름으로 튀겨도 영양가가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식이섬유의 양은 늘어나지만, 대량의 유지와 염분이 추가되게 되어 그것이 몸에 나쁜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 감자산업이 이러한 튀김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감자 칩의 경우 제조에는 비교적 수분이 적고 당도가 낮은 감자가 요구된다. 패스트 푸드 최대 업체인 맥도날드는 감자튀김용 감자 품종을 엄격히 지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국과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냉동 감자튀김의 약 70~80%는 라싯 버뱅크(Russet Burbank)라는 단 하나의 품종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소수의 품종에 의한 독점은 생산성을 낮게 하는 원인이 된다. 세계의 밀, 옥수수, 쌀의 수확고는 모두 1960년대 이후 150%를 넘는 성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감자의 수확고는 72% 전후의 증가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감자의 유전적 특성으로 인해 수확량이 많은 품종으로의 개량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감자는 튀김, 칩 등이 소비 확대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현재는 그것들이 건강에 부정적인 이미지, 재배 품종의 제한, 식용방법의 편중에 의한 소비 확대에 장애가 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감자 요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점은 감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소비가 많은 작물에 대한 대처 방식도 마찬가지라는 경고라 할 수가 있다.

 

[자료출처]

Mitsuko Saeki. 2024. 栄養豊富な“奇跡の野菜”ジャガイモ──その凋落が止まらない. wired.com(2024.07.05)

https://www.mordorintelligence.com/ja/industry-reports/potato-market/market-size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8388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관련기사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이만희 총회장이 전한 뜨거운 계시 말씀의 열기, 평화의 섬 제주에 전파돼
  •  기사 이미지 눈 내리는 함평 엑스포공원 빛 축제 설경
  •  기사 이미지 서구 아카데미, 김제동 초청 '내말이 그말이에요'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