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최근 일본의 장례 문화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영정사진 위에서 양 갈래로 늘어뜨려서 고정했던 검정 리본을 사용하지 않는 것, 사진 대신 디지털 영정사진 사용 등이다.
영정사진의 검은 리본을 없애는 외에도 상주가 왼쪽 팔에 착용하는 완장(腕章, armband) 대신 왼쪽 가슴에 코사지나 부토니아를 착용하는 모습도 드물게 볼 수가 있다. 일본에서 상주가 완장을 차기 시작한 것은 일본 메이지유신(明治維新, 1868-1877) 시기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상주가 흰옷을 입었는데,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서양 문화인 검정 양복 형태의 옷을 입었다. 동시에 조문객들 또한 검은색 옷을 입게 됨에 따라 상주와 조문객이 구별되지 않게 되자 상주와 유족은 왼팔에 완장을 차게 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상주가 완장을 찬 것은 일본에 만들어진 문화가 아니다. 서양 문화에서 검은색 완장의 착용은 착용자가 사망한 친구, 동료, 가족, 팀원을 애도, 추모하거나 동일시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현재 체코인 보헤미아(Bohemia) 여왕 엘리자베스 스튜어트(Elizabeth Stuart, 1592-1662)의 초상화를 보면 그녀의 팔에 검정 완장이 착용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여왕이 초상화 속에서 착용하고 있는 완장은 당시 동생 헨리 프레드릭(Henry Frederick)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섭정시대(1714-1830)와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애도용의 검정 완장의 착용이 많았음은 많은 자료에 나타난다.
빅토리아 시대 이후 미국에서도 애도용의 검은색 완장 착용은 관행이 되었다. 특히 대공항 이후에는 상복의 절약 방법의 하나로 완장 착용이 인기를 끌었다. 미국 외에 많은 나라에서 애도의 뜻으로 검은 완장이 사용되었다.
벨기에 왕이었던 레오폴드 3세는 아버지 알베르 1세(Albert I, 1875–1934)의 죽음으로 즉위하면서 왼팔에 검은 완장을 착용했다. 프랑스 해군에서는 1902년 장교의 유니폼을 결정하는 법령 제33조에 가족 애도자는 왼팔에 검은색 완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1950년대에 사망자의 가족은 너비가 8cm 정도의 완장을 착용했다. 서양에서는 이처럼 검은색 완장이 착용되게 된 유래는 검은색 상복과 관련이 있다.
고대 로마에서 망자의 가족은 어두운색의 토가(Toga)를 입었다. 애도의 뜻으로 검은 옷을 입었던 전통은 중세 시대 유럽에도 전해졌는데, 합성염료가 없었던 당시에 검은색을 염색하기가 어려워 검은색 천은 고가였다. 고가였던 검은색 옷은 16세기 후반까지 유럽에서는 권력층, 귀족계층과 부자들이 독차지할 정도로 비싸고 귀했다.
검은색 옷은 비싸다 보니 부유한 가정에서는 가족이 사망했을 때 하인과 일꾼에게 검은색 옷을 지급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는 상복 대신 검은색 완장을 지급했다. 또한 애도의 뜻으로 검은 옷을 입어야 하는 기간은 지역에 따라 매우 길었으므로 날마다 검은색 옷을 입는 것보다는 완장을 차는 것은 경제적이면서도 애도 기간임을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애도의 뜻으로 검은색 완장을 차는 문화는 오늘날 유럽 축구 프리미어리그에도 있다. 축구팀의 선수, 코치, 전 감독, 전 선수 등이 사망하면 사망 후 첫 번째 게임에서 선수들이 검은색 완장을 오른팔에 착용한다. 팀 주장이 왼팔에 완장을 착용하므로 애도용은 오른팔에 착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주가 팔에 완장을 차고 애도를 표시하면서 애도 기간 임을 나타내는 것은 오랜 전통이 있으며, 많은 나라에 행해져 왔는데 최근 일본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완장을 착용하는 것 대신 역시 서양 문화인 코사지나 부토니아로 대신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사지(corsage)는 여성이 가슴이나 앞 어깨에 다는 작은 꽃장식물(=코르사주)이다. 부토니아는 ‘단춧구멍’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부토니에르(boutonnière)에서 유래된 것으로 턱시도 옷깃을 장식하는 꽃 장식물이다. 완장 대신 코사지나 부토니아 만으로도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시도가 문화로 정착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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