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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농식품 가격이 안정적인 이유
  • 기사등록 2024-05-20 09: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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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통계청은 지난 13일 2024년 1분기 지역 경제 동향을 발표했다. 지역별 통계자료에서 전남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간 대비 3.4% 상승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해 통계청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통계청의 발표와 해석대로라면 농산물의 주산지인 전남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도 가장 많이 상승한 이상스러운 현상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 농산물은 물가 가중치가 매우 낮아 실질적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언론·정부 과민 반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남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위는 재고 여지가 많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 상승 원인으로 농산물 가격을 지목한 것처럼 물가가 들썩하면 농산물 가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농산물 탓으로 돌리고, 애꿎은 농민들만 물가 상승 주범처럼 되어 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고물가의 섬'이라고 불리는 스위스에서는 농식품 가격만큼은 잘 관리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유럽연합(EU)의 식품·논알코올 음료의 가격은 11.9%가 오른 데 비해 스위스는 4% 상승에 그쳤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밀의 세계 공급에 영향을 주었고 파스타 등 주식 가격에 타격을 주었다.

 

유로스타트(유럽 통계국)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2022년 파스타 가격 상승률은 17.2%에 달했으나 스위스에서는 11.2%에 그쳤다. 스위스는 국토의 70%가 산악지대로 식량 자급률(칼로리 베이스)이 50%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럼, 왜 스위스에서는 농식품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을까?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비용 분배 구조이다. 스위스는 고물가(임금이나 물류도 포함)가 국가인데, 이것이 세계적인 물가 변동에 대한 완충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소매 가격에는 대부분 물류, 보관, 임금 비용의 비율이 높은데. 원래 물가가 높은 스위스에서는 이러한 각 요소의 가격 변동률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식량 생산에 소요되는 고정비(기계, 건물, 토지, 노동력 등)가 변동비(비료, 농약, 종자 등)보다 훨씬 높다. 예를 들어 스위에서 2017년 밀 1톤당 고정비는 500프랑이었고, 변동비는 200프랑이었다. 이에 비해 독일에서 고정비와 변동비는 각각 90프랑이었다.

 

둘째는 가격 규제이다. 스위스가 식량 인플레이션에 강한 또 다른 이유는 많은 소비재 가격이 정부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성하는 품목의 1/4 이상이 가격 규제의 대상이다. 유럽에서 스위스처럼 많은 품목이 규제 대상으로 되어 있는 국가는 없다. 즉, 많은 상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동적 수입 관세이다. 스위스의 수입 관세는 국내 생산량에 연동하여 유연하게 변동한다. 이는 특히 농산물의 수입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의 생산량이 많으면 관세를 높게 설정하므로 수입량이 줄어들게 되고, 국내 생산량이 적으면 관세를 낮게 설정하므로 국제가격이 국내 가격에 영향을 받기 어려워진다.

 

넷째는 농업에서 에너지 사용이다. 농산물 생산·유통에서 에너지는 매우 중요한 비용 요인이다. 재배에서 가공, 수송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0년 기준 스위스에서 직접 에너지 사용량 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0.6%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다.

 

이 에너지 비용의 낮음은 스위스의 에너지 시장 구조에 있다. 스위스의 전력공급회사 대부분은 지역사업체로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장기 구매계약에 따라 전기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다. 이것은 에너지 가격의 안정으로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 억제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다섯째, 농업 보조금이다. 스위스는 많은 세금으로 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농민에 대한 지원은 1980년대 후반 농장 총수입의 약 80%에서 2020년에는 50% 미만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농업보조금과 농업 생산액이 유사할 정도로 농업지원금이 많고, 이는 농산물이 가격 안정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료출처]

Anand Chandrasekhar. 2023. Why Switzerland is resistant to food-price inflation(https://www.swissinfo.ch/eng/business/why-switzerland-is-resistant-to-food-price-inflation/49002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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