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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유럽 농민 시위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4-30 09: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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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유럽에서는 농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북유럽과 구 유고슬라비아의 일부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국가에서 2023년부터 일어난 농민 시위는 유럽 연합(EU)이 농민들에게 570억 유로(EU 예산의 약 1/3)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공동 농업 정책과 관련이 있다.

 

농민 시위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연료 가격 급등과 저렴한 농산물의 대량 유입, 대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농업 경영에 대한 괴멸적 타격이라는 단기적 요인도 있으나 문제의 뿌리는 더욱 깊다.

 

유럽 농민들의 항의는 거리 봉쇄와 시위가 많다. 가축 분뇨의 노상 살포나 타이어 방화 등 과격한 실력 행사도 많다. 특히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는 농민들이 점거, 시위, 불법 투기,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항의에 참여하는 농민들의 주장은 EU에서 “농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농민의 실정을 무시하는 유럽 연합, 각국 정부의 엘리트 관료나 정치가의 농임에 대한 자극과 함께 경제성장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분노가 숨겨져 있다.

 

유럽에서는 지구환경위기에 대응한 새로운 성장노선으로의 경제구조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2050년까지 유럽 블록을 탄소 중립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에 농민들은 경작지의 4%를 비생산적인 목적에 사용하고 비료 사용을 20% 줄여야 한다.

 

농민들에게는 탄소세, 살충제 사용 금지, 질소 배출 억제, 물 제한 등 환경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농업의 방식 또한 가격 경쟁 추구형의 관행 농법으로부터 벗어나 환경 보전, 생물다양성 회복, 동물 복지 중시, 안전·안심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목표로 하는 농업으로 전환을 촉구하고 있으며, 농산물이나 생산 방법의 ‘질’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 억제, 합리적인 윤작이나 휴한 기간의 도입, 살충제 사용 감축 등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농업용 디젤에 대한 세금 감면 폐지, 네덜란드에서는 농민의 질소 배출 감축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관행농법의 계속을 전제로 한 면적 감축의 직접 지불 방식을 축소하고, 그 자금을 이용하여 공공이익에 공헌하는 환경 보호형 토지관리 활동을 위한 지원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유럽 농민들이 유럽 연합과 유럽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환경 보호형 농업에 적극적으로 따르게 되면 그만큼 생산 비용이 증가된다. 생산비용이 증가해도 이를 농산물 가격에 전가해 소득을 올리면 문제가 없는데 현재의 정책 흐름은 그렇지 않다.

 

EU는 WTO 체제하에서 우크라이나 및 남미의 메르코수르(Mercosur,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4개국의 자유무역 지대; 1995년 설립) 블록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영국은 호주 및 뉴질랜드와 2022년에 FTA 체결을 했고, 현재 미국이나 캐나다와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FTA 협상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관세 장벽 철폐(호주와의 FTA 등에서는, 5% 전후에서 0%에)도 있지만, 환경, 동물 복지, 식품 안전 등의 규제 기준이 낮은 농산물이 그대로 수입 가능한 계약이 포함되는 경우이다. 저렴한 저품질 농산물이 유입되면 비용이 많이 드는 환경 보호형 유럽 농산물에 합리적인 가격 전가를 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경제정책 당국은 「농업→식품가공·제조업→식품유통업→외식산업→소비자」라는 식품공급체인에서 식품산업의 우위와 횡포를 억제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영국의 2021년도 GDP 구성비에서 농업은 0.6%인데 비해 식품산업은 6.2%이다. 영국의 2022년도 식품·사료·음료 수출액 중, 고도 가공품(가공식품)은 38%에 인데 비해 비가공품(농산물)은 19%로 식품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통상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식료품의 저가격화는 하나의 매력이고, 산업 정책 당국이나 통상정책 당국이 농가의 이익보다 식품산업에 비중을 두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 이익은 금전적 이익만이 아니고, 환경보호 농정 전환을 해도 농업 경영에 파탄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을 무시한채 저품질 농산물의 수입과 식품 공급체인에서 농업의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대규모 소매점에 대한 규제는 소홀한 채 환경보호 농정 전환만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유럽 농민들의 주장이다. 환경 보호형 농업을 하더라도 농업 경영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리에 나서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 2024 유럽 농민 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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