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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과 농촌의 가치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4-16 08: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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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업 기반 사회의 두 축을 형성해 온 농업과 농촌 중 농촌이 붕괴되고 있다. 농업은 그 유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나 식량 생산은 고유 목적에 변함이 없으므로 생산성 향상이라는 과제를 않고 있으나 붕괴 우려는 적다.

 

반면에 농촌은 인구 감소, 농업의 기계화, 자동화, 스마트팜에 의한 효율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붕괴가 가속화 되고 있다. 농촌 지역인 시골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으며, 외딴곳의 마을들은 이미 없어지고 있다. 마을이 없어지고,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농촌의 전통적인 가치관 또한 소실되고 있다.

 

농촌의 전통적인 가치관은 조상과 어른을 섬기고, 품앗이로 대변되는 상부상조(相扶相助)와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상부상조의 정신은 손작업 위주의 농업 시대에서 작업의 효율화를 위해 탄생된 것이지만 이웃사촌으로 표현되는 끈끈한 횡적인 관계와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왔다.

 

농촌에서 만들어진 이 가치관은 도시화가 되면서 도시로 확산이 되었으나 도시에서는 점차적으로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로 구분되었다. 고용인과 노동자는 농촌의 상부상조의 관계가 아닌 고용주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되는 관계로 변질되면서 타인을 존중하지 않은 스트레스 사회로 빠르게 변질되었다.

 

그런 가운데 농촌은 농업의 수단과 방법이 빠르게 변하면서 노동의 형태, 이웃과의 관계 또한 빠르게 변해왔으나 전통적인 농촌의 가치관은 크게 잃지 않고, 상당 부분 남아 있다. 이것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안식뿐만 아니라 상부상조 가치관의 보루로서 도시 사람들에게도 안식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의 상부상조를 대변하는 것은 많은데, 그중에서도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 쉬운 것은 떡 문화이다. 우리나라에서 떡은 존중의 음식이자 나눔의 음식이다. 과거 농촌에서 떡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돌 때, 결혼식 때, 회갑 잔치 때, 장례식 때 등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용하고 나눠 먹었던 음식이다.

 

설날을 앞두고 대부분의 집에서 떡을 만들었던 시절에도 집집마다 떡이 있어도 나눠 먹었던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떡을 만들게 되면 제일 먼저 이웃집에 나눠 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하는 떡을 나누고 나면 떡을 받은 집에서도 떡을 곧바로 만들어 이웃집에 돌렸다. 현대적인 사고방식에 의하면 이웃집 모두 떡을 만들므로 떡을 나누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농촌에서는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나눈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것은 농촌을 이웃사촌으로 만들었고, 외로움, 불안감을 없애고, 이웃이 있기 때문에 일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가족처럼되어 의지가 되었던 공동체 사회였다. 그야말로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의 관계가 되었다.

 

최근 도시에서는 재미형 도시농업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배경에는 농작물을 가꾸고 생산하며, 자신이 가꾼 것을 먹는 즐거움이 클 것이다. 그리고 참여 과정에서 이웃사촌과 나눔이라는 근원적인 농촌의 가치관이 되살아난 점도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재미형 도시농업에서는 작물을 잘 가꾸는 것 못지않게, 떡을 만들어 나눠 먹듯이 전통적인 농촌 가치관을 키우고, 이 가치관에 의해 나누고, 타인을 존중하고, 그것에 의해 나와 타인이 모두 즐겁게 되는 사회로의 전환에 도움이 되는데도 비중을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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