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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농장, 만능은 아니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3-27 08: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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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스마트농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 중에는 산업단지에도 ‘수직농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 수직농장을 농지에 설치할 때 필요한 일시 사용 허가 기간도 현행 최장 8년에서 16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수직농장 재배실을 둘러보았고, 수직농장과 관련해서 ‘해외수출 新먹거리’, ‘수직농장 수출산업으로 육성’, ‘기후변화, 노동력 부족과 같은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등 다양한 장밋빛 미래와 미사여구가 동원되어 신문 지면을 채웠다.

 

신문 기사에 따라 ‘수직농장=스마트팜’으로도 표기된 수직농장은 스마트팜의 일종으로 다단식 실내 구조물에서 온도와 습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작물을 기르는 공장형 농장이다. 주로 컨테이너와 같은 폐쇄된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작물 재배는 외부 공기, 햇빛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그것은 많은 장점을 지닌다. 이것은 외부 영향이 없으므로 매우 목표화된 방식으로 재배를 제어할 수 있다. 채소 등의 재배에서는 환경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 병충에 예방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작물 보호에 대한 노력이 덜 필요하고 물과 비료를 재사용할 수 있다. LED 조명을 사용하고 온습도 조절에 의해 1년 365일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첨단 스마트팜 온실과 비교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고, 친환경적이지 않다. 수직농장이 아닌 온실에서도 물과 비료는 재사용되며 작물 보호하기 위한 화학물질과 장치는 또한 수직농장과 거의 같다. 햇빛이 무료로 공급되므로 전기에 의해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온실 효과를 가져온다.

 

수직농장에서는 주로 식물 재배용 LED 조명을 사용하고 온습도를 조절하는데, 대량의 전력을 소비한다. 소비전력은 매우 많아 작물의 생산비에 차지하는 비용이 상당히 많으며, 많은 탄소발자국을 만들어 낸다.

 

수직농장은 시설비가 매우 많이 소요됨에 따라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밭이나 온실에서 자라는 작물과의 경쟁 작물이 아닌 고부가가치의 고급스러운 작물을 재배한다. 그런데 이들 작물은 불경기나 물가 상승 시에는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수직농장의 선진국 유럽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직농장에서 생산된 작물을 대량 수출하기란 쉽지 않다. 신문 기사 내용처럼 ‘해외수출 新먹거리’, ‘수직농장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생산한 작물이 아니라 수직농장의 설비나 제어장치 등의 자재와 기술인데 그 시장은 한정되어 있다.

 

현재, 수직농장의 단점, 특히 높은 에너지 소비는 장점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직농장은 세계 어디에서나 식량을 재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생태발자국 측면에서는 이점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수직농장에서 재배된 상추는 이탈리아 남부의 온실에서 상추를 재배하여 트럭으로 네덜란드로 운송하는 경우보다 더 큰 탄소발자국을 가질 수 있으므로 친환경적이지 않고, 탄소발자국이 많아 수출도 쉽기가 않게 된다.

 

다만, 연료비가 싸고 물이 부족하며, 옥외에서 작물 재배가 어려운 나라들로 시야를 넓히면 수직농장도 살아남을 기회가 많다. 그 조건에 적합한 곳이 중동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 에미리트 연방(UAE)의 6개국이 가입하는 걸프협력회의(GCC)는 식량 전체의 약 85%, 채소의 5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직농장의 발전을 막는 입지 규제를 풀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의한 활성화는 분명히 필요하고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중동 국가처럼 수직농장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례만 들면서 수직농장이 만능인 것처럼 호도하고 장밋빛으로 전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발전계획을 세우는 등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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