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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쇠락과 구례 얼레지 나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3-14 09: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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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의 초등학교 중 올해 입학생이 없는 곳이 20개교이다. 저 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농촌 인구의 감소 여파이다.

 

농촌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사람들의 삶의 장소이기도 하다. 식량 생산이라는 일과 생활의 터전인 농촌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역민들 간에 상부상조의 전통이 이어져 오는 곳이다.

 

농촌은 식량 생산의 기지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아름다운 경관의 형성, 전통문화의 계승과 정서적인 품성을 길러 주는 환경과 교육 등의 기능이 있어 농촌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먹거리와 정서적인 혜택을 주는 곳이다.

 

그러한 농촌이 서서히 침몰하는 배처럼 소멸해 가고 있다. 매년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늘어나고, 인구 감소로 인해 빈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규모의 경제를 어렵게 문화생활을 질을 높여주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서비스업의 존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에 따라 관련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으며,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원거리까지 가야한다. 업친데 덮친 꼴이다.

 

이대로 가면 농업이 다음 세대에게 계승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부터 앞서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농업 생산 기술, 전통문화의 전승도 단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며,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곳과 분야가 많아지고 있다.

 

농촌의 사라지는 전통문화는 많고 많은데 특히 전통 먹거리가 그렇다. 농촌에서는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 조건이 만들어 낸 많은 먹거리가 전승되어 왔다, 그중에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지역 고유의 먹거리로 지역을 개성화시키는데 기여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대량재배되는 과채류, 수입 식품 증가, 전통 먹거리 소비 인구의 감소로 인해 사라진 것들이 많고,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사실, 그러한 먹거리들은 현지에서도 생산량이 많지 않아 도시에서는 먹어 볼 수 없는 것이 많고, 특히 외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농촌 지역 고유의 음식이나 음식 소재는 매우 가치가 있고, 도시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까지도 불러들일 수 있는 귀중한 것들이나 지자체나 지역에서 그 가치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상품 가치를 높여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구례 화엄사 입구 주차장 인근의 식당에서는 얼레지 나물을 쉽게 먹을 수 있었으며, 얼레지 나물을 이용해 비빈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얼레지는 백합과 인경 식물로 자색의 꽃이 예뻐 야생화를 취미로 가꾸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나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설혹 안다고 해도 예쁜 꽃을 피우는 자생식물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러니 얼레지 나물을 먹어 보았거나 얼레지 나물에 밥을 비벼서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특히 얼레지 나물 문화가 없는 외국인들은 그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다. 이것은 역으로 말하면, 희소한 것을 ‘먹는다’, ‘체험한다’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희귀한 상품이 되고, 구례에서만 먹을 수 있으므로 그것을 먹으려면 구례를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얼레지 나물은 게다가 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으면서도 몇 년 전에 먹었을 때 가격도 다른 나물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므로 맛 여행을 하거나, 차별화된 먹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면 얼레지나물을 먹기 위해 구례를 방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원이다.

 

전남 각 지역에는 구례 얼레지 나물과 같은 자원이 많은데도 이를 알리지 못하고 있다. 매력적인 상품으로도 만들지도 못한 채 농촌의 쇠락과 함께 소리 소문없이 없어지고 있다. 얼레지 나물처럼 사라져 가는 전남의 음식들을 재조명하여 상품화하고 알리는 등 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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