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매화꽃이 피는 것과 함께 보리싹이 더욱 초록색을 띠고 있다. 땅에 착 달라붙었던 보리싹이 고개를 들고 자라면서 봄을 알리고 있다. 과거 나주, 함평, 영광 등지에서는 이때쯤이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보리를 잘라서 보리싹 국을 끓여 먹었다.
더러는 보리 싹을 잘라서 깨끗이 씻은 다음 쌀가루와 버물려서 보리싹떡을 해 먹었었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에 보리싹떡은 맛있는 간식이었다. 보리싹떡은 가정집에서 간식으로 사용했음을 물론 마을 처녀들이 쌀을 거두고, 보리싹을 베어 떡을 한 다음 저녁에 모여 수다를 떨다가 배가 고프면 먹기도 하였다.
영광 등지의 고령자분들에게 보리싹떡은 추억의 떡이었고, 맛있었던 간식이었으며, 배고픔을 달래 주었던 잊지 못할 떡이었다. 요즘에는 보리싹이 나고, 보리싹을 시장에서 판매해도 먹을거리가 풍부해서인지, 요즘 입맛에는 맞지 않아서인지 그 떡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과거에 보리싹떡을 먹었던 고령자분들은 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옛날의 그 보리싹떡의 맛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그 점이 궁금해 몇 년 전에 보리싹떡을 만들어 고령자분들과 젊은이들에게 제공해 보았다.
고령자분들은 옛날 맛 그대로라면 좋아하셨다. 게다가 보리싹떡을 해 먹었던 것과 관련해서 다양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보리싹떡을 먹어보았던 추억이 없는 젊은이들은 보리싹떡에 대해 생소해하면서 맛을 본 후 약간 풋내가 나는 보리싹떡에 대해 독특하고 맛있는 떡이라며 즐겼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보리싹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보리싹을 떡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신기해했다.
보리싹떡에 대한 시식회 결과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보리싹떡의 맛과 성형(모양), 포장 등을 개선하고, 보리싹의 냉동저장 또는 여름철 등에 싹을 틔워서 연중 보리싹떡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런 가운데 의문도 있었다. 영광군은 국내 최대의 모시떡 산지이며, 보리 산업 특구로 지정되었고, 찰보리 신활력 산업을 추진해왔는데도 “왜 보리싹떡은 내버려 두고 있을까?”였다. 보리싹떡은 모시와 혼합해서 떡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고, 모시떡 시장에 보리싹떡을 더하면 떡 산업의 규모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전통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의문스러웠고 안타까웠다.
봄비를 맞아 초록색이 더욱 강해지면서 고개를 들고 있는 보리싹은 다시 한번 보리싹떡을 외면하고 있는 영광군을 상기시킨다. 다가온 봄이 가기 전에 옛 보리싹떡을 만들어 보고, 맛보면서 시대에 맞는 영광의 떡을 만들고 보리와 떡의 산업화에 활용하길 기대한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69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