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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농업과 놀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3-06 08:50:25
  • 수정 2024-03-06 08: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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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업에서 ‘놀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 전통 농업에서는 놀이가 내재 되어 있었다. 농업은 생계를 위한 중요한 일이었고, 그 일 속에는 길쌈놀이, 들노래, 김매기 농악 등 놀이를 겸비한 노동이 많았다.

 

김매기, 논매기, 모심기 등의 힘든 일을 할 때 농악이나 들노래 등의 놀이는 생업을 위한 일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놀이 요소가 원동력이 되어 일의 능률을 올리고 피로를 덜며, 일에 재미를 부여했다. 나아가서는 협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놀이에는 농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농업과 만나게 하고, 농업을 만나면서 또는 놀이를 통해 기술을 익히고, 창의성을 갖게하게 하는 다양한 것들도 있었다. 시골에서 자란 고령자분들은 과거를 생각해 보면 다양한 놀이가 있었고, 그것이 다양한 경험의 제공과 기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알 것이다.

 

가령, 어린 시절 소에게 풀 뜯기기를 한 경험이 있다면 소를 몰고 뒷산으로 가서 친구들과 놀이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소를 몰고 산으로 가면 소들은 알아서 풀을 뜯어 먹고, 아이들은 그사이에 다양한 놀이를 했다.

 

아이들은 소에게 풀 뜯기기와 놀이를 동시에 하면서 자연 속에서 기술을 배웠다. 메뚜기를 잡게 되면 메뚜기가 뛰는 각도와 방향성, 날아가는 거리를 알게 됨으로써 그 특성을 활용하여 잡는 기술을 스스로 익혔다.

 

잡은 메뚜기를 집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풀을 뜯어서 엮어서 메뚜기 집을 만들었다. 메뚜기 집을 만들기에 좋은 풀의 종류를 선택하는 법을 익혀다. 경험 많은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엮는 방법을 배우고, 그것에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어 발전시키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거나 엮는 기술을 배우고 공유하면서 사회생활을 배웠다.

 

소가 풀을 뜯어 먹는 동안 다양한 놀이가 등장되었고, 그 놀이는 날이 갈수록 익숙해지면서 재미가 더해졌다. 소의 고삐를 잡고 해가 질 때지 소에게 풀 뜯기기를 했다면 지루하고, 싫증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풀 뜯기기를 하면서 놀이를 했고, 그 놀이가 기술로 발전하면서 아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소 풀 뜯기기에 대서도 즐거워하면서 산으로 갔었다.

 

아이들이 소 풀 뜯기기를 할 때 일은 소에게 풀을 뜯기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것은 원래 목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놀이는 그것이 목표로 되지 않아, 평가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놀이 자체는 일을 하면서도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수단이 되었고, 기술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감성이 풍부해지고, 사회화의 실천도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날마다 하는 소 풀 뜯기기를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해 산으로 가도록 만들었다.

 

놀이는 이처럼 어떤 일을 추진하는데 재미를 더하면서 목적을 추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전통 놀이는 세대 간이라는 종적 연결과 함께 주변과 횡적 연결고리를 형성시키면서 건전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대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행위가 된다.

 

농업을 이 놀이와의 관계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는 놀이가 배제된 ‘생업’이 있다. 이것은 위에서 아이들이 소에게 풀을 뜯길 때 소의 고삐를 잡고 풀만 먹이는데 집중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둘째는 ‘생업 + 놀이’이다. 이것은 위에서 아이들이 소에게 풀을 뜯길 때 소가 풀을 뜯어 먹는 것을 주시하면서 놀이를 함께 했던 것이다. 들노래, 김매기 농악 등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는 ‘놀이’ 자체만 있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생업’을 왼쪽에, ‘생업 + 놀이’를 가운데에, ‘놀이’를 우측에 배치하면 가운데의 ‘생업 + 놀이’가 중심축이 되면서 왼쪽으로 갈수록 경제적 측면이 강하게 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정신 문화적 측면이 강하게 되는 연속 스펙트럼을 이룬다.

 

그런데 현재의 농업은 효율성과 경제적인 측면이 보다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화학화, 기계화, 장비화, 대규모화, 전문화, 단지화가 진행되면서 놀이 요소는 비경제적이며,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져 노동에서 배제되어 왔다. 놀이가 배제된 농업 그 자체는 경제적일지라도 일은 삭막해지고, 농업의 즐거움과 재미가 줄어들어 정신 문화적인 측면을 희생해야 한다.

 

따라서 농업을 재미있게 하고, 정신 문화적으로 풍성한 삶을 위해서는 놀이가 곁들어져야 하거나 생업과 분리될수록 별도의 놀이가 보충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농업이나 농촌생활에 재미가 부여되고 정신문화를 풍부하게 하면서 농업을 하는 것과 농촌에 사는 가치를 드높인다.

 

이때 놀이라는 콘텐츠는 농촌에서 이루어진 전통적인 놀이 외에 농업을 매개로 하는 가꾸기, 조리하기, 만들기 등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농업관련 기관에서는 사라져 가는 이 놀이라는 콘텐츠를 발굴하여 전승하고, 시대에 맞게 폭넓게 적용하는 것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삶의 질과 재미농업이라는 측면에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드높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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