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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딸기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5-12 07: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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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흰색 딸기는 딸기가 익으면 빨간색이 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흰색 딸기는 다소 낮선 모습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형마트의 딸기 판매장 앞에서 진열된 흰색 딸기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 정도를 살펴보니 문의나 구매량 정도가 현저히 낮았다.

 

딸기는 원래 익으면 붉은색이 된다. 사람들은 딸기가 붉은색이 되면 익었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에 ‘딸기의 붉은색 = 식용’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실제로 많은 종류의 어린 딸기는 생장 과정에는 붉은색이 나타나지 않고 익었을 때 붉은색이 된다.

 

딸기 열매가 붉은 이유는 과피에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빛이 많이 비추면 적색이 촉진되고, 그늘진 곳처럼 빛이 약하면 딸기 과피의 색도 옅어진다. 그러니까 흰색 딸기는 과일이 덜 익었거나 그늘에서 재배해서 희고 맛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청과 판매장에 진열된 흰색 딸기에 손이 쉽게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흰색 딸기는 그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육성한 측면이 있다.

 

딸기 품종은 수백 가지이다. 그 많은 품종에 대해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도 외관과 특성의 구별이 쉽지 않다. 또한 딸기는 재배 기술이 확립되어 많은 곳에서 생산되고 있으므로 산지간, 생산자 간의 차별화가 쉽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선물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차별성이 필요하다.

 

차별화는 한약재 비료 사용 등 재배 방법, 품질(당도나 산도, 외형 등)을 들 수 있는데, 이것들은 시각적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에 흰색 딸기는 익은 딸기는 붉은색이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쉽게 보이면서 차별화가 되는 효과가 있다.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는 흰색 딸기의 이러한 차별화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효과를 얻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흰색 딸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다소 낮아 판매력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딸기는 원래 익으면 붉은색이 되거나 오렌지색으로 되므로 흰색 딸기는 돌연변이에 의해 태어난 것이다. 최초의 흰색 딸기는 일본에서 2009년에 품종 등록된 ‘첫사랑의 향기(初恋の香り)’라는 것이다. 이후 여러 종류의 흰색 딸기 품종이 육성되었다. 흰색 딸기 품종은 전체적으로 하얀 것, 희미한 분홍빛을 띠는 것, 씨가 약간 붉은색인 것 등 여러 가지이고, 맛도 다양하며, 복숭아와 유사한 향기가 있는 것도 있다. 

 

일본에서는 흰색 딸기가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가 있고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품종 육성과 함께 과육이 흰색인 것을 이용한 가공품이나 이용법 개발과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흰색 딸기의 이러한 인기와 개발 배경에는 흰색의 딸기를 차별화 요소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 그리고 붉은색의 딸기가 달고 맛있는 반면에 흰색 딸기는 아직 익지 않았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엄청난 노력이 뒤따른 결과라 할 수가 있다.

 

이점은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흰색 딸기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앞의 사례에서와 문의나 구매량 정도가 현저히 낮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딸기 산지와 생산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차별화와 판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흰색 딸기가 성공하기까지의 노력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Uno et al. 2017. Inhibition of recombinant human histidine decarboxylase activity in different strawberry cultivars. Acta Physiol Plant 39:13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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