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박문선 기자]북한의 6.25남침으로 조국이 적화직전이었던 1950년 7월 13일, 전남지역17개 학교 나이 어린 중학생 183명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혈서를 쓰고 자원입대해 전공을 세우고 산화했던 충혼을 기리는 기념식을 정부, 자치단체가 아닌 민간영역의 월남전참전자 등 국가유공자들 스스로 6년째 자발적으로 개최하고 있어 “바람직한 민간주도의 6.25참전 기념행사“로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2시, 여수진남문예회관에서는 6.25참전학도병충혼선양회(회장 고효주)가 주최하는「전국최초 자원입대 전남지역 학도병 6·25출전 72주년 기념식 무공훈장 전수 및 보훈가족 호국안보 결의대회」가 생존학도병 및 유가족, 6.25 및 월남전참전 등의 국가유공자, 학생, 시ㆍ도민과 제31보병사단 장병, 국가보훈처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기념식은 전남지역 학도병들의 ‘화개전투’를 다룬 ‘군번 없는 어린 용사’ 동영상 상영과, 경과보고, 학도병 무공훈장 전수, 생존학도병들께 감사 꽃목걸이, 기념품이 증정되고, 기념사, 여수시장, 국회의원, 내빈들의 축사 ‘학도병들께 드리는 헌시’ 낭송과 안무, 감사의 경례, 6.25전쟁 당시 불렸던 진중가요, 군가제창 등 순서로 진행되었다.
여수수산중 3학년 재학 중이던 72년 전 오늘 즉 1950년 7월 13일 학도병으로 국군 제15연대에 자원입대를 하시어 국군 제1보병사단 소속으로 전투 중의 전공으로 금성화랑무공훈장 수여가 결정되었던 홍종만 육군 병장이 전사함으로 인해 수여받지 못했던 무공훈장을 정기명 여수시장께서 여수시 신기동에 거주하는 고인의 동생 홍병택씨께 전수하였다.
또 국군 수도사단 소속으로 전공을 세워 수여가 결정된 고재수 육군 일병의 무성화랑무공훈장을 여수시 오림동에 거주하는 고인의 유복자 고창수씨께 전수하였다.
특히 기념식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기막힌 사태를 지켜보면서,전쟁없는 세상을 꿈꾸기 위해서는 전쟁에 미리 대비해야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전시, 비상사태에 뒤늦게 당황할 것이 아니라 미리 편제를 조직하고, 미리 훈련을 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월남전참전이라는 소중한 실전경험을 가졌으나 이미 병역의무가 면제된 노병들이 자진해서 예비군법 제3조에 따라 예비군 편입을 지원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고효주 회장은 경과보고에서, “비록 평균나이 75세이상의 노령이지만, 월남전참전을 통한 실전 전투경험을 가지고 있는 소중한 국방자원으로써, 이미 병역의무가 면제된 노병들이라 할지라도, 전국 최초로, 그리고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작성된, 예비군 편입을 희망하는 소정의 지원서가 소대규모 이상으로 이미 제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고 회장은“병역의무가 없던 어린 나이에 혈서를 쓰시고 자원입대하셨던 선배들의 희생 속에 오늘을 살고 있음에 감사드리고, 그 충정을 본받아서, 그 뒤를 잇는 후배들이 어언 병역의무가 면제된 노병이 되었지만, 젊은 시절 갈고 닦았던, 세계가 놀란 전투역량을 다시 발휘해서 내자식, 내손자들을 지키고, 지역을 방위하며, 조국을 수호하는 예비군이 되어서, 노년의 남은 목숨을 조국수호에 다 바칠 각오다.” 라고 말했다.
서울은 물론 청주, 군산까지 적에게 함락된 1950년 7월 13일, 입대할 의무가 없었던 전남지역(여수.순천.광양.보성.고흥.강진 등) 17개 중학교 15~18세의 어린 학생 183명이‘조국수호“의 혈서를 쓰고, 순천에 임시 주둔하던 국군 15연대에 자원입대, 6개소대의 독립 학도중대로 편성되어 9일간 무기도 없이 기초훈련만 받은 후 이미 적에게 함락된 전주탈환작전에 투입되었었다.
전진, 후퇴를 거듭하던 학도병들은 1950년 7월 25일 새벽, UN군이「낙동강 최후방어선」전열구축을 완료하는 7월 31일 이전에 방어병력이 전혀 없던 경남 진주를 당일(25일) 점령하고 이어 마산을 거쳐 무방비 상태인 임시수도 부산으로 침공해 전쟁을 속전으로 끝내려는 속셈으로, 전날 밤 전남 구례를 출발하여 섬진강변을 따라 경남 화동 화개장터 앞을 은밀히 지나가던 소련제전차 및 대공화기 등으로 중무장한 인민군 최정예 6사단 선봉대대(전원 중국 공산당 팔로군 166사단 출신) 1,000명의 의 진로를 M1소총만으로 12시간이나 지연시키는 치열한 혈투를 벌렸다.
이 ‘화개전투’에서 학도중대는 70명이 전사 및 실종되는 희생을 치렀으나, 그 희생으로 하동-진주-마산을 거쳐 부산 점령을 목표로 기습적으로 동침(東侵)하려던 북한군 속셈이 노출되었고, 진주함락을 7일이나 ‘지연’시켜 낙동강 최후방어선 전열구축에 필요한 절대 절명의 골든타임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국가가 부르기도 전에, 스스로 자원입대해 화개전투, 진주촉석루전투, 진동사수전투 등에서 조국을 지키다 산화하신 이 지역 학도병들의 푸르른 충혼은 그 동안 아무런 관심 없이 망각되어 왔으나, 월남전참전자회 여수시지회(당시 지회장 고효주)가 사례를 발굴해 민간차원으로 2014년 7월, 처음으로 제64주년 기념식을 거행함으로써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배포된 기념사를 통해 “전국최초의 학도병 자원입대는 의향전남(義鄕全南)의 표상이므로 도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 분들의 조국수호 애국정신을,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전달하는 충혼선양사업에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라고 말했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이 행사는 월남전참전 국가유공자들 스스로 그 동안 묻혀왔던 충혼의 역사를 찾아내고, 지역의 보훈·안보단체들과 힘을 합쳐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그야말로 “바람직한 민간주도의 6.25참전 기념행사“로서 전국적인 수범사례가 되었다”고 말했다.
정병택 6.25참전학도병은 답사에서 “조국수호를 위해 혈서를 쓰고 자원입대했던 소년들의 충성심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었는데, ‘월남전참전 후배들이 6.25참전 학도병 선배들을 챙기자’는 갸륵한 마음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민(民)군(軍)관(官)이 힘을 합쳐 매년 성대한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어 이제야 한이 풀리는 것 같다.” 라고 말하며 목이 메었다.
6.25참전학도병충혼선양회(월남전참전자회 전남지부장) 고효주 회장은 “전남지역 학도병들의 화개전투 등 활약상이 6.25전쟁사에 정확히 기록되고, 학도병 가족찾기, 전남학도병 백서발간, 후배 교육, 다큐멘터리 및 극영화 제작 추진 등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라고 계획을 말했다.
특히 “6.25전쟁 발발 후 전남지역 학도병들이 조국수호를 혈서로 다짐하면서 출전한 7월 13일을 “학도병의 날” 정부기념일로 지정해서 국가가 수많은 6.25참전 학도병들의 충혼을 체계적으로 계속 선양하고 후대들에게 기억시켜줄 것을 청원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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