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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문화 들춰보기: 고문헌의 절인 채소로 담근 집장 제조법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12-23 10: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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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집장에 많이 쓰이는 재료나주 집장의 제조 과정은 크게 ① 집장 메주 재료를 준비하여 제조하는 단계, ② 제조한 메줏가루와 재료를 이용하여 담그는 단계, ③ 집장을 담근 후 이를 발효하는 단계로 구분이 된다. 집장 제조의 이 과정은 오랜 역사가 있으며, 많은 고문헌에 나타나 있다.

 

고문헌 속의 집장 제조법은 위의 나주 집장 제조 단계와 같으나 재료의 사용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그중에서 집장메주와 채소를 사용한 것은 크게 생채로 담금 집장과 절인 채소로 담근 즙지이(집장) 제조법으로 구분된다. 생채로 담근 즙장은 1766년 유학자 유중림이 발간한 『증보산림경제』에 몇 가지 방법이 기술되어 있으며, 절인 채소로 담근 집장의 제조법은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소개되어 있다.

 

『증보산림경제』에 소개된 생채로 담근 집장(조즙장국법)은 전회에 소개했으며, 이번 회에는 『규합총서』에 기술된 절인 채소로 담근 즙지이(집장) 제조법을 소개한다.

 

『규합총서(閨閤叢書)』는 1809년(순조 9년)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엮은 생활 경제 백과사전으로 의식주에 관련된 문제들을 정리, 체계화한 책이다. 이 문헌에 소개된 즙지이의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① 집장 메주 재료를 준비하여 제조하는 단계는 “가을보리를 씻은 다음 뿌득 뿌득하게 말리어 노릇노릇하게 볶아 매에 왼보리 없이 간다. 좋은 콩 잡것과 돌을 가리고 물을 넉넉히 부어 메주를 쑤다가 제 몸이 쾌히 퍼지거든 큰 그릇에 물체 펴 보니 간 것을 고루고루 섞어 시루에 담아 꽤 찐다. 절구에 나른하게 찧어 줌안에 들게 단단히 쥐어 생 솔잎을 격지 놓아 송편같이 안쳐 바람 없는데 둔다. 7일 만에 뒤집고, 또 이레만에 솔잎을 다 없애고 도로 시루에 담아 땅에 엎었다가 또 7일 만에 볕 뵈어 말려 가루로 만든다.” 

 

② 제조한 메줏가루와 재료를 이용하여 담그는 단계는 “물가지, 외, 진동과, 풋고추를 한데 얼간하여 절거든 보자기에 바짝 짜서 날 물기 없이 말린다. 외는 왼 이로 절이고, 가지와 고추는 꼭지만 없이하고(사진은 나주에서 집장 재료로 많이 이용하는 고추와 고춧잎), 동아는 긁어 절이되 크면 썰고 가지와 고추는 많을수록 좋되 동아는 많으면 시다. 콩 1말이면 닦인 보리쌀 2말씩 드니, 다소를 이를 참작하되 콩과 보리쌀을 특별히 좋은 것으로 가려야 한다. 

 

메줏가루 1말에 꿀 5홉, 참기름 3홉, 달인 장 3홉, 물은 요량하여 아주 된 모주만치 반죽하여 항아리에 절인 나무세와 켜겨 격지 놓아 떡 안치듯 항아리에 골싹하게 넣고, 유지로 단단히 싸매고 알맞은 그릇으로 항아리 부리를 덮는다.” 

 

 ③ 집장을 담근 후 이를 발효하는 단계는 “두엄을 헤치고 생풀을 많이 넣고 항아리를 깊이 묻었다가 한 7일 만에 내어 좋은 조청을 예하였다가 두어 탕기(국그릇)를 위를 약간 걷고 부어 두면 마르지 않고 멋도 변하지 않는다. 두엄이 더워야 잘되니 만일 두엄이 없거든 볕 바른 곳을 넓고 깊게 파, 생풀을 많이 넣어 묻어라.”

 

『규합총서』에는 이처럼 집장메주의 제조법과 채소의 절임방법, 담금원인 메주즙의 조제방법과 용기에 넣어 발효 숙성시키는 방법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나주 집장의 기본적인 제조법과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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