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나주에서는 나주 전통부채의 제작 기능 전승을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이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분이 중요무형문화재 99호인 소반장 김춘식 선생님으로 이전의 기고문에서 소개하였다.
김춘식 선생님 외에 나주문화원에서는 나주전통부채 강좌를 개설하여 나주 전통부채에 대해 알아보고, 만들기 실습과 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다(사진 좌). 개인 차원에서도 나주 전통부채의 계승을 위해 앞장선 분들이 있는데, 나주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만주 님(1949년생)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나만주 님은 나주 전통부채를 전업으로 했던 마지막 장인인 고 김홍식(金鴻植) 장인이 활동하던 시기에 공방을 드나들면서 부채 제작과정을 눈여겨 보았다. 고 김홍식 장인의 공방이 집근처에 있었던 것도 한 이유였지만 부채에 관심이 많아서였다.
1995년에는 나주시의원에 출마 후 선거에 낙선한 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채에 몰두했다. 그리고 나주문화원에서 김춘식 선생님을 강사로 초빙해 나주 전통부채 강좌를 개설했을 때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나주에서 전해져 온 곡두선, 세미선, 방구부채를 직접 제작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나만주 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대나무를 자르고 쪼개어 부챗살을 만들었다. 대나무 작업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으나 한때 대나무 얼멩이를 만들어 생업을 한 부친을 도와서 대나무 세공 작업을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곡두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나무를 거꾸로 해 쪼갠 후 부챗살을 만들고, 곧바로 촛불을 이용하여 구부렸다.
부채 손잡이는 당시에 부채 손잡이만 전문적으로 만들었던 후손이 두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모(牟) 씨 성을 가진 장인의 아들인 모0연 씨로부터 자료를 수입하는 등 노력했으나 실력 부족으로 마음에 드는 자루를 만들지 못해 조선대학교 후문 쪽에 있는 목공예방에서 주문 제작하여 이용했다.
부채면에 대한 칠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들기름 등을 칠해 보았으나 종이에 털이 일어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외가에서 과거에 한지로 우산을 만들었던 것에 착안해서 칠하는 노하우를 배웠다. 그 방법은 칠하기 직전에 생들깨 기름을 짠 후 중탕한 것을 사용하면 한지에 털이 일어나지 않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부챗살의 대나무는 철판에 구멍을 놓고 살을 깎고 다듬거나 톱, 자전거 바퀴의 철재 등을 이용하여 가늘게 뽑아내는 방법을 연마했다. 나만주 님은 부채 제작 기술이 어느 정도 연마되자 자비로 나주 전통부채를 본떠 만든 것을 만들었다(사진 우). 그리고 이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최근 수년 채 부채를 만들고 있지는 않으나 과거에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준 것만 해도 수백 개여서 지금도 나만주 님이 만든 부채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주 전통부채는 이렇게 나주 문화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눈에 보이지 않게 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