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손 선풍기, 냉감 섬유제품 등 더위를 식혀주는 제품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더위를 식히는 데 사용되는 첨단 제품 속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부채의 현주소는 나주 부채의 명성과 닮은 점이 많다.
여름을 지내는데 부채가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히 여겨지던 시대에 나주 부채(사진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인 나주 오엽선)는 그 명성이 매우 드높았다.
지금은 그 명성을 아는 사람도, 나주에서 부채가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하는 사람도 드물게 되었으나 고문헌에는 나주 남평(한말에 나주군에 병합)부채가 최고의 부채로 기술되어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 김만중의 문집 서포집(西浦集, 1702년 발행)에는 남평부채(南平扇)가 동국(東國) 제일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동국(東國)은 동방에 있는 나라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이르는 말이므로, 조선 최고의 부채라는 뜻이 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편찬한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1850년대 발행)에는 남평의 부채를 제일로 친다(南平扇爲一國之第一)라는 대목이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조상과 조선을 건국하기까지의 과정을 적은 동국세시기(東國世紀)에는 전주와 남평(南平)에서 만든 부채가 가장 질이 좋으며, 그중에서도 남평현(南平縣)에서 생산된 접는 부채는 천하일품이다라고 되어 있다. 조선 후기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 1809년 발행)에는 부채는 남평 · 옥과를 치고, 활은 거제, 담뱃대는 동래 · 부산을 쳐준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 순조 때 김매순이 쓰고, 사후 39년 만에 아들인 나주목사 김선근 등이 편집한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조선 후기 문인 김려의 문집 담정유고(藫庭遺藁, 1882년 간행)와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제6권 시(詩) 송파수작(松坡酬酢)에도 남평부채가 기록되어 있다.
나주는 부채 명산지로 그 명성이 근대까지 이어왔음은 보고의 전남(寶庫の 全南, 1913년에 발행)에도 기록되어 있다. 광주신보(光州新報) 사장 가타오카 하카루(片岡議)가 전남의 각 지역 상황을 소개하기 위해 편찬한 이 책에는 남평의 원선, 부채, 칠기를 소개해 놓았다. 이외에 근대에 발행된 다수의 신문에는 부채 명산지로 나주를 소개해 놓았다.
명성 높았던 나주 부채는 시대 변화와 함께 그 용도가 크게 쇠퇴한 것과 더불어 잊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본사가 나주로 이전해 왔고, 나주가 에너지 수도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명성 높았던 나주 부채는 스토리텔링의 자원적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오늘날 전기와 원자력이 상징적인 에너지라면 옛날에는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고, 불을 지피거나 시원하게 하는데 사용된 도구였기 때문이다. 고문헌에 기록된 나주 부채의 옛 명성을 에너지 수도 나주와 연계한 스토리텔링에서부터 활용하고,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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