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품도 마찬가지이다. 땅과 자연환경은 변함이 없으며, 작물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외견상 평화롭고, 코로나 19의 전과 후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소비자 의식과 환경이 변해 품목 간에 희비가 뚜렷해 졌고, 유통구조와 경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농업도 이 변화에 신속하게 탑승하고 활용해야 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뉴 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과거의 표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 표준이 세상 변화를 주도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단어는 세계 최대 채권 펀드 핌코(PIMCO)의 최고 경영자 모하마드 엘 에리언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등장시킨 말이다. 모하마드 엘 에리언은 그의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신흥국들도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면서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위기 이후의 ‘뉴 노멀’ 현상으로 지목했다.
‘뉴 노멀’은 이처럼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대 변화에서 유래되었는데, 그 때 변화의 주역은 돈이었지만 지금은 목숨이 달린 문제이다. 더 새로운 ‘뉴 노멀’이며, 먹을거리인 농식품의 민감도가 더욱 높게 되었다. 그런 만큼 농식품은 ‘뉴 노멀’ 시대를 맞이해 시대를 대하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는 위기와 기회의 경계선이다. 위기의 경계선을 넘어 기회의 땅에 안착하려면 연구개발(R&D)이 선행되어 문제의 타개책과 방향성이 창의적으로 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농식품의 연구개발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에서 기획과 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농기평은 그동안 기획과제 발굴과 자유공모 과제를 통해 많은 혁신 기술 개발 성과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이끌어 냈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뉴 노멀’ 시대에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농기평은 그동안 실용화 기술과 성과(특히 매출)에 비중을 두어왔고, 그 점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이번 ‘뉴 노멀’ 시대에 필요한 것 중 시급한 것은 기존의 구조 속에서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구조 개조와 변환이다. 이것은 기존의 작동 시스템에 변화를 두어야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시급성을 감안한 선제적인 과제 기획과 신속한 공모, 과제 선정 평가 시 기존에 비중을 두었던 매출 성과 보다는 복합 효과의 유발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사항이다.
‘뉴 노멀’ 시대에 적극적인 대응은 매우 중요하지만 실속 없이 지나치게 정치적 성과 도출에 몰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 다수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으로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그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지만 정치적 실적 위주로 접근하다 보면 기회를 날리고, 정작 중요한 농업과 식품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날 수도 있다. 청정·재생 에너지 등의 이용은 농업분야에서도 중요하지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관련성이 많다는 점에서 이곳의 재원을 활용하도록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소비의 개인화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 작물 선택과 재배, 농산물 가공 및 농산물의 비대면 유통 시스템, 농업에서 넷플릭스 같은 홈 콘텐츠 구축과 활용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농업 노동자의 고용 유동성 경색을 풀기 위한 기계화와 자동화, 각국의 블록화에 따른 장기적인 대처 방안 마련도 중요하다.
코로나 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국제간 공동 대응과 연구를 하고 있는 사례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 과수 화상병 등 국제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농기평 차원에서 국제적인 공조 체제 구축과 선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농기평은 이처럼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올해 초 부임한 오병석 원장을 중심으로 코로나 19라는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렇더라도 현재의 농식품분야의 연구개발(R&D) 방향 설정과 신속한 대응 여부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뉴 노멀’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점검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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