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에서는 지리산온천관광특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 온 흔적이 곳이 곳곳에 보였다. 문화관광형 시장인 지리산나들이장터 육성, 나들이공방 건립, 인프라시설 구축 등 하드웨어측면이 잘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가게는 공실이거나 휴업중인 곳이 많았고, 관광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산나물 등 특산물을 판매하는 곳에 진열된 농임산물은 양이나 구색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코로나 19와는 별개로 쇠퇴의 길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온천업의 쇠퇴는 지리산 온천만의 일은 아니다. 온천의 치유 기능은 각종 약으로 대체 되었고, 오락 유희 기능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워터파크, 리조트로 대체되고 있다. 단체 관광은 가족 단위 개별 관광으로, 여행의 주도 세력은 젊은 층 위주로 변하고 있다. 게다가 발달된 도로망은 당일치기 여행이나 최신 숙박 시설과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으로 여행객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온천은 ‘옛날에 유행했던 관광지’, ‘어르신들이 가는 곳’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있다. 그 낙인 속에 온천 지구의 숙박업체들이 폐업하거나 폐업을 앞두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나가노현 아치촌(阿智村) 남신슈(南信州) 마을도 그랬다. 산골마을이지만 물이 좋아 1973년에 온천을 개발하였고 호텔과 여관이 20개 정도 생겨났다. 손님이 많아 성황을 이뤘지만 2005년 경 부터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위기를 느낀 마을 사람들과 지역 관광협회는 아치촌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첫 번째 고려된 것이 구례 산동의 천연 게르마늄 온천수처럼 아치촌의 피부 미용에 좋은 온천수였다. 그런데 온천수가 피부 미용에 좋다는 것만으로는 3,000개가 넘는 다른 온천과 차별화가 쉽지 않았다. 다음으로 고려된 것은 산동의 산수유꽃처럼 아치촌의 특산인 꽃복숭아 꽃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꽃복숭아가 꽃이 개화하는 기간이 봄철 2주 정도여서 꽃이 피는 시기 외에는 관광객의 방문이 많지 않아 강점이 될 수 없었다.
마을사람들과 지역 관광협회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짜내었다. 그 중의 하나가 온천이 아니라 시골마을의 오염되지 않은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발상이었다. 대상자도 온천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아니라 20대 젊은 부부로 했다. 방향성은 젊은 부부들에게 천체 관측이 아니라 밤하늘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험의 제공으로 하고, 제목은 ‘천공의 낙원 ☆ 일본의 밤하늘 나이트투어’로 설정했다.
그 다음 마을 사람들은 ‘밤하늘 가이드’를 모집해 ‘밤하늘 엔터테인먼트’ 작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했지만 ‘밤하늘 엔터테인먼트’는 세계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에 참고할 사례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을 축적했다. 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매일 밤 장단점, 개선해야 할 점, 해결해야 할 점에 대해 토론하고,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했다. 그러면서 『 가설 → 실행 → 검증 → 해당 → 새로운 가설 → ......』로 실패에서 배우는 것을 반복하였다.
그 결과 방문객은 ‘밤하늘 엔터테인먼트’를 시작한 2012년에는 6,500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23,000명, 2016년에는 100,000명으로 증가했다. 현재는 4-10월(장마철 제외) 동안 하루에 수 천 명이 방문해 폐업을 고려했던 호텔과 여관 업종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온천도 성행중이다.
아치의 온천 마을은 구례 산동 온천과 유사하지만 행정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주도적으로 지역의 온천 외 다른 자원을 찾고, 이를 활용해 온천과 숙박업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데 성공했다.
구례 산동의 온천마을도 수려하고 청정한 자연환경, 오염되지 않은 숲이 만들어 내는 식자재와 나물, 붉게 익은 산수유 열매, 곶감 건조 모습 등 자원은 많고 많다. 이 자원들을 재편집하고, 젊은 층에게도 매력도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단품으로서 유통가치가 크게 떨어진 온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은 지역민 스스로가 하고, 행정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지역의 농업도, 상업도, 인구 감소에 의한 마을의 존속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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