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면의 감귤 밭에서 보듯 기후변화가 바르게 진행됨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올해 신규 사업으로 2022년까지 국비 350억원을 들여서 건립할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 부지 선정 공모를 했다. 공모에는 지자체 5곳이 신청했으며, 전남 해남군(북위 34도)과 장성군(북위 35도), 경남 합천군(북위 35도)이 서류 평가를 통과했다. 이 세 지역에 대해 현장 실사와 발표 평가를 한 결과 최종적으로 장성군이 선정됐다.
부지가 선정되자 해남군의 여론은 결정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분위기인데, 그럴 만도 하다. 해남에서는 전국 최초로 해남군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아열대 작물은 미래농업이 아닌 현재의 농업으로 무화과 23ha를 비롯해 참다래와 부지화, 여주 등 재배 면적이 125ha에 이른다. 패션프루트, 체리, 애플망고, 블랙커런트 등 다양한 아열대 과수 재배 농가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에 대한 유치 기대가 높았다.
기후 측면에서도 해남은 장성군보다 아열대에 밀접하다. 독일의 기후학자 블라디미르 쾨펜(Wladimir Köppen)의 기후 구분법을 변형한 미국의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Glenn T. Trewartha)의 구분법에 의하면 아열대 기후는 평균 기온 10℃ 이상 되는 달이 연중 8개월 이상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10년간 평균기온 10℃ 이상 된 기간을 보면 해남군은 전 기간이 7개월 이상 되며, 8개월 이상인 해는 네 번이다(기상청 날씨누리). 기상관측 자료가 없는 장성군에 대해서는 이웃 지역인 영광군의 기상 자료로 대신해 보면 8개월 이상 된 해는 2번, 7개월인 해는 6번, 6개월인 해는 2번으로 해남군에 비해 크게 낮다(광주는 도시기후 가능성이 많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가 준공되는 2022년까지 20년간 온도 상승이 된다고 해도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1.4℃ 상승했다(‘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국립기상과학원 2018 보고서)는 점을 감안하면 장성에서 주요 다년생 아열대작물의 실질적인 노지재배 실증 시험과 실증 결과의 보급은 쉽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제주도의 기후대와 다른 내륙 지역'을 실증센터 부지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이것도 명쾌하지가 않다. 경남과 전남의 남해안 지역은 제주도 기후대와 기후, 토양 등 환경이 다르다. 제주도에서 연구한 아열대작물의 실증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으며, 경남과 전남의 환경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내륙 지역은 특히 수년 혹은 수 십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혹한에 의한 아열대 과수의 동사(凍死) 우려가 큰 곳이기도 하다. 경남과 전남 남부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참다래 재배 벨트가 북상하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며, 기후가 온난화 된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혹한이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해남뿐만 아니라 아열대작물의 노지재배 실증 수요가 큰 지역에서는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 부지가 장성군으로 결정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선정된 결과를 되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준공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아열대작물의 재배가 많은 곳에 시험장 및 분원 설치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실증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시작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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