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는 지난 3월 31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무역기구(WTO)가 ‘수출규제 여파로 국제시장에서 식량 부족이 발생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동 성명을 낸데서 부터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곡물 수출규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19개국이다(일본 농림수산성 자료, WTO에 보고된 국가는 4개국이다). 수출규제를 하고 있는 나라들 상당수는 수입의 대부분을 식비로 지출하고 있는 국민의 비율이 높다. 수출을 하게 되면 국내의 곡물가격이 2-3배가 올라 식비가 부족해 기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이들 국가들이 국제 곡물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러시아가 밀수출을 제한했지만 그 양은 적으며, 품질도 낮아 유럽에서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는 수준이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큰손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이다. 이 3개국이 밀, 콩, 옥수수를 수출하는 양은 세계 시장의 60-70%에 이른다. 이들 국가들이 수출을 못하게 되면 자국 내 곡물 가격폭락 등 심각한 후유증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수출은 제한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 19로 이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어 곡물생산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곡물은 노동집약적인 원예와는 달리 기계화가 진행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에는 크게 차질이 없다. 그러므로 수출규제 및 생산 측면에서는 코로나 19 발생 이전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일부에서는 2008년 미국 경제위기 사건이었던,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처럼 곡류 가격의 폭등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에 국제 곡물 가격은 2배 이상 올랐고, 사료 가격도 크게 올랐다. 당시의 기억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19 발생 이후 1분기에 사료가격이 올랐다. 그래서 4분기나 내년 1분기의 곡물값 폭등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번 사료값 인상은 곡물과 사료 수입이 차질을 빚은 것과 함께 환율의 영향을 받은 면이 많다.
그렇다면 코로나 19 이후의 곡물, 사료의 수급과 가격은 어떻게 될까? 코로나 19의 2차 유행, 환율 등 변수가 없다면 가격이 내릴 확률이 많다. 그 이유는 석유 소비 감소에 의한 원유 가격의 하락과 관련이 깊다.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70%는 에탄올 제조와 사료용인데, 이중 절반 정도가 에탄올 제조용이다.
에탄올의 소비는 유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현재 유가 하락으로 에탄올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것은 2008년 리먼사태 때 원유 가격 상승으로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 가격이 상승하였고, 이에 따라 옥수수 수요 증가와 콩, 밀, 쌀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한 것과 반대 메커니즘이다. 미국에서 옥수수의 가장 큰 공급처인 축산업도 코로나 19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
옥수수 소비가 감소되면 가격이 하락되고, 이것은 소비 대체성을 가진 곡물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옥수수 가격이 내리면 재배면적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생산비 비중이 높은 원유 가격이 낮기 때문에 이 또한 제한 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19 이후의 곡물과 사료의 수급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가격은 폭등 보다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 아프리카 동부, 중동, 서남아시아에서 대량 발생한 메뚜기의 피해, 또 다른 복합적인 재해의 발생에 의한 국제 시장의 혼란, 코로나 19의 2차 유행에 의한 수입 차질과 환율 등 변수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항상 갖춰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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