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생산량은 2017년 기준 206,226톤이며, 이중 50.9%를 경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전남은 충남 15.6%에 이어 11.4%로 3위이지만 국내 딸기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담양군에서 육성한 딸기 품종이 있다. 담양에서 개발한 딸기 품종은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담양군에서 독점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담양 딸기는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현재의 담양 딸기가 있기 전까지 우리나라 딸기 품종은 참담한 상황이었다. 2006년에 일본과 품종 사용료인 로열티 협상을 시작했을 때 국내 딸기 재배 품종은 80% 이상이 일본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품종 사용료인 로열티를 지급하게 되면 연간 수십억 원(32-320억원/ 전국)에서 수백억 원을 일본에 주어야할 상황으로 종자주권이 일본 손에 달렸던 것이다.
한일간의 딸기 품종 로열티 사용료 협상 이전부터 관련 연구 기관에서는 품종 육성을 해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담양군 딸기 재배 농가도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입장이었다. 담양군은 전라남도의원 시절부터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농업기술센터에 딸기 신품종 개발을 주문한 최형식 군수의 의지가 반영돼 딸기 신품종 개발에 직접 나섰다.
담양군이 딸기 신품종 개발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2000년에 다른 시군과는 달리 농업 연구사를 채용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채용된 연구사가 현재 담양군 농업기술센터 미래농업연구 과장인 이철규 박사이다.
담양농업기술센터와 이철규 박사는 담양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딸기 신품종 개발에 돌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문적인 연구기관 및 육종기관도 아닌 농업기술센터에서 특산품의 품종 개발에 나선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물의 품종 육성은 전문적인 기술도 기술이지만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많은 노력,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센터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신품종 육성에 과감하게 나선 이철규 박사와 농업기술센터 연구원들은 교배 육종으로 얻어진 개체들 중에서 우수한 개체 선발과 시험재배를 했다. 담양군은 딸기 육종을 군의 성장 동력 산업으로 인식하고, 2015년에 종자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딸기 산업의 육성과 지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담양군 지원과 이철규 박사팀의 10여년에 가까운 노력은 결실을 얻어 ‘담향’, ‘죽향’ 및 ‘메리퀸’을 육성하였고, 품종 등록까지 마쳤다. ‘죽향’ 딸기는 기존 품종인 ‘육보’, ‘설향’에 비해 20-50% 높은 가격에 경매되고 있으며, 10a당 소득도 2-3배 높다.
신품종 육성으로 2018년 기준 국내 딸기 품종 로열티가 37.3억원이 절감되었고, 2025년에는 129억 원 정도가 절약 될 것으로 추정된다. 로열티뿐만 아니라 해외로부터 매년 수 억 원어치의 로열티를 획득하고 있으며,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딸기를 수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네덜란드 육종가 마셀 씨는 담양에서 육성한 ‘죽향’ 품종에 대해 “동서양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지닌 The perfect strawberry’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담양에서 육성한 딸기는 세계적인 딸기가 되었다.
담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뤄낸 딸기 육성 성과는 전남의 농업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우선은 지자체장이 다른 시군과는 달리 미래를 대비해 농업 연구사를 채용해 채용 목적에 맞게 활용하였고, 채용된 인재는 본분에 충실했다.
다음은 지역 특산품이 직면한 문제를 지역에서부터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투자하고 환경을 조성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생산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품종을 육성해서 독점권을 갖고 내수는 물론 수출에 대응해 성과를 낸 점 등이다.
전남 농업은 현재 국제적인 대량 생산 및 유통에 의한 저마진 농산물과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우수 품종의 독점권 확보와 차별화된 작물의 생산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담양농업기술센터의 성과는 전남 농업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답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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