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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공무원 사이
  • 기사등록 2013-08-29 13: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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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기자들이 공무원들 봐주면 나중에 가지고 논다며 혼자만 고상한 척 하지 말라는 충고를 많이 해 줬다. 그런데 얼마 전 선배들 말씀이 지당하시구나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 중 자료가 필요해 관련 실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그에 앞서 며칠 전부터 실 과장을 만나기 위해 전화도 여러 번하고 약속도 했으나 못 만나 부득이 하게 또 전화를 했던 것이다. 참고로 9시에 전화 하면 회의한다고 하고, 11에 전화하면 청내에 있지만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하고, 점심 먹고 전화하면 출장이다. 실과장들이 왜 그렇게 자리에 없는지 모르겠다.

“과장님. 바쁘신가봐요? 뵙기가 어렵네요.”

“서로 어긋쪄서 그러지요. 무슨 일이십니까?”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더운데 반갑지도 않은 기자가 사무실에 가면 직원들 스트레스 받으실 것 같아서 전화로 부탁드립니다. 메타세쿼이아 입장권말인데요. 제도개선 전 입장권과 제도 개선 후 입장권 좀 보내 주실 수 있나요?”

“왜 그런 것을 전화로 부탁 허요? 아침부터 그런 것을...”

“지금이 몇 십니까? 공무원들은 오전 10시가 아침입니까? 아무튼 알았습니다. 과장님 그 자리에 계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대답할 가치가 없으니 답변 안 하겠습니다.”

이때부터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얼마나 있었는지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것은 과장 대접도 안 받겠다는 말씀이죠? 사무실로 갈게요.”

전화를 끊고 사무실로 갔고, 과장과 마주쳐 좋은 소리들이 오고갈 리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격한 말들이 오고갔다.

필자 같으면 안 줄 수도 없는 자료라면 기자가 달라고 했을 때 열 번 백번이라도 갖다 줬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일련번호도 없이 메타세쿼이아입장권을 팔았고, 설령 그랬다 쳐도 떼어서 팔고 남은 꼭지라도 보관해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그 꼭지까지 다 버려버린 마당에 기자가 사무실에 가 봤자 좋을 일이 없을 텐데 무슨 배짱으로 와서 가져가지 갔다 달라고 하느냐 했는지 그 배경이 의문스럽지만 더워서 분간 못하고 그랬으려니 생각한다.

물론 기자가 공무원을 무조건 시킬 수는 없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여러 번 전화했고, 약속했지만 못 만나 웃으면서 기자가 가면 직원들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면 알아들었어야 했다.

복사해서 매일로 보내줘도 되는 자료를 오기 부리듯이 대처했으니 기자와 부딪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더 부딪친 이유는 과장이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얼마나 복무했는지 말할 가치를 없다고 답변해서였다. 그 정도의 사고를 가진 사람을 과장이라고 불러줄 필요성을 못 느껴 ‘당신’이라고 했더니 과장을 당신이라고 한다고 노발대발했다.

다 좋다. 필자를 만만하게 봤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선배들 충고처럼 허고 한 날 봐주고 넘어가다 보니 그런 인식이 생겼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누누이 말하지만 아침 5시 반에 전화해도 독자가 부르면 벌떡 일어나 민원현장에 간다.

필자는 언론사 대표라는 생각보다는 지역에서 필자처럼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는 마음에서 모든 현안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 본다.

공무원들 역시 대민봉사가 본연의 임무다. 기자의 부탁이 대민봉사는 아니지만 일련번호도 없이 메타세쿼이아입장권을 발행한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 사전에 예를 갖추고 취재하는 기자에게 그래도 될까 싶다.

공무원들은 기자를 성가신 존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할 때 억울함을 덜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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