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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음식문화큰잔치와 나주 홍어, 대만의 삭힌 달걀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2026-09-08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최근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026년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제31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나주시 영산강정원 일원에서 개최된다. 남도음식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행사인 만큼 우리가 전통음식이라고 부르는 음식이 어떤 재료와 기술, 교류의 과정을 거쳐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남도음식에는 남도에서 생산된 식재료에 외래의 조리법이 적용된 것이 있고, 외국에서 들어온 식재료를 남도의 방식으로 조리한 것도 있다. 지역의 재료와 외래 재료, 오래된 조리법과 새로운 기술이 섞인 사례도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에 따라 식재료와 조리기술이 교류하면서 음식문화 역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왔다.

  

나주 홍어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홍어는 서남해에서 잡힌 생선을 삭혀 먹는 음식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영산포는 홍어의 집산과 유통이 활발했던 곳으로, 삭힌 홍어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국내산과 함께 수입산 홍어도 널리 이용된다. 원료의 산지는 다양해졌지만 홍어를 삭혀 먹는 방식과 삼합 등 이를 즐기는 음식문화는 나주와 영산포의 지역성을 형성하고 있다. 

  

바다 건너 대만에서도 식재료를 가공해 본래와 전혀 다른 색과 향, 질감을 만들어 먹는 음식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것이 피단(皮蛋)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삭힌 달걀’이라고 부른다. 대만은 원주민의 음식문화에 중국 각지에서 건너온 이주민의 음식문화가 더해졌고, 네덜란드·스페인의 진출과 일본 식민지 시기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음식문화가 축적되었다. 피단 역시 이러한 대만의 식생활에서 널리 소비되는 가공 달걀 식품이다.

  

피단은 주로 오리알이나 닭알을 알칼리성 재료로 처리해 숙성시킨다. 과거에는 초목을 태운 재와 석회 등을 이용했으며, 현대적인 생산에서는 식품용 수산화나트륨 등을 사용해 제조 조건을 조절한다. 대만 검역당국이 소개한 방법에 따르면 세척한 오리알이나 닭알을 pH 13 이상의 수산화나트륨 용액에 담가 실온에서 45~55일간 처리한다. 강한 알칼리가 달걀 내부에 작용하면서 흰자는 갈색이나 검은색에 가까운 반투명 젤 형태로 변하고, 노른자는 녹갈색을 띠면서 피단 특유의 향과 질감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알칼리가 달걀 내부로 침투하면서 단백질의 구조가 변화한다. 흰자는 갈색이나 검은색에 가까운 반투명 젤 형태가 되고 노른자는 녹갈색 계통으로 변하면서 특유의 향이 생긴다. 이 냄새 때문에 피단을 말의 오줌에 담가 만든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으나 실제 제조 원리는 강한 알칼리에 의한 달걀 성분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과거 일부 피단 제조에 납 화합물이 이용된 사례가 있어 중금속 문제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만에서는 피단을 포함한 알 가공품의 중금속 함량을 관리하고 있다. 제조기술도 전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식품안전 기준과 품질관리 체계를 갖춘 생산방식으로 변화해 왔다.

  

피단은 대만의 식탁에서 해외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대만 농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보존 또는 조리된 껍질 있는 가금류 알’ 수출량은 915톤, 수출액은 약 1억5천만 대만달러였으며 미국을 비롯해 일본·호주·싱가포르·캐나다 등이 주요 시장이다. 이 품목에는 피단과 염장 오리알 등이 포함된다. 대만의 전통적인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된 달걀 식품이 이제 바다를 건너 여러 나라의 식탁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주 홍어와 대만 피단은 원료와 제조 원리가 서로 다르다. 홍어는 체내의 요소가 분해되면서 암모니아가 생성되고 높은 pH 환경이 만들어지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피단은 외부에서 강한 알칼리성 물질을 가해 달걀 단백질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두 음식 모두 원재료의 색과 향, 질감이 크게 변하며 이러한 변화를 독특한 맛으로 받아들여 음식문화로 발전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서 두 음식의 이동 방향을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다. 나주 홍어에는 외국에서 생산된 홍어가 들어온다. 칠레를 비롯한 외국에서 잡힌 홍어가 바다를 건너 나주와 영산포에 도착하고, 지역에서 축적된 삭힘과 소비 방식 속으로 들어가 나주 홍어의 한 부분이 된다. 외국산 식재료가 남도의 음식문화 안으로 들어오는 흐름이다.

  

대만 피단에서는 반대 방향의 이동을 볼 수 있다. 대만에서 생산된 달걀에 지역에서 발전시킨 가공기술을 적용하고 상품화하여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으로 보낸다. 지역의 식재료와 가공기술로 만든 음식이 국경을 넘어 밖으로 나가는 흐름이다. 하나는 재료가 들어오고, 다른 하나는 음식이 나간다. 들어온 재료는 지역의 조리기술과 입맛을 만나 새로운 지역성을 얻고, 밖으로 나간 음식은 다른 지역의 사람과 식탁을 만나 소비 영역을 넓혀 간다. 오늘날 지역음식은 이처럼 재료와 기술, 사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계속 모습을 바꾸고 있다.

  

올가을 나주에서 열리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서도 이러한 ‘들어옴과 나감’의 시선으로 남도음식을 바라볼 수 있다. 남도의 음식문화가 외부의 식재료와 조리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여 왔는지, 남도의 식재료와 음식기술 가운데 무엇을 외부로 내보낼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주 홍어에서 외국의 재료를 지역의 음식으로 만드는 힘을 읽는다면, 대만 피단에서는 지역의 음식기술을 세계의 시장으로 보내는 힘을 읽을 수 있다.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남도의 맛을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남도음식의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을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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