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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화순 동복의 인삼·목단·벌꿀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2026-09-04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의 오래된 지역특산물을 살펴보다 보면 현재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농산물을 만나게 된다. 화순 동복의 인삼과 목단, 벌꿀도 그 가운데 하나다. 1925년 11월 1일 발행된 『개벽』 제63호에는 차상찬(車相瓚)의 「전라남도답사기」가 실려 있다. 차상찬은 그해 여름 전남 여러 지역을 직접 답사하고 각 지역의 지리와 산업, 농산물, 특산물 등을 기록했다.

  

그가 화순을 소개하면서 동복에 대해 남긴 기록이 눈길을 끈다. 당시 화순군은 전체 면적 가운데 산야가 약 70%를 차지해 목재와 땔감, 숯 생산도 많았다. 이러한 농업과 산림환경을 설명한 뒤 차상찬은 “동복의 인삼, 목단, 벌꿀, 삼베, 은어 등도 도내에 저명한 산물”이라고 적었다. 100여 년 전 동복의 인삼과 목단, 벌꿀이 이미 전남에서 이름난 산물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록에서 주목되는 것은 인삼·목단·벌꿀이라는 품목의 조합이다. 벼나 보리처럼 넓은 논밭에서 대량 생산하는 작물과 성격이 다르다. 산지가 많은 동복의 환경에서 비교적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었던 품목들이 한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인삼은 오늘날 특정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1925년 기록에서 동복의 인삼이 전남에서 이름난 산물로 소개됐다는 사실은 전남의 인삼 재배 역사와 산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당시 어느 정도의 면적에서 재배됐는지, 생산량은 얼마나 되었는지, 언제부터 이름을 얻었는지는 이 기록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동복의 인삼’이라는 이름이 별도로 기록될 정도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목단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목단은 관상용 꽃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과거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용 식물자원으로 취급됐다. 차상찬이 쌀이나 보리 같은 일반 농산물과 구분해 동복의 이름난 산물 가운데 하나로 목단을 적었다는 것은 당시 목단이 일정한 생산과 유통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이 자료에는 목단의 재배면적이나 이용 방법, 판매처까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벌꿀은 동복의 산림환경과 연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품목이다. 당시 화순군은 산야가 전체 면적의 약 70%를 차지했고 목재와 땔감, 숯 생산이 많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러한 산림환경 속에서 벌꿀이 동복의 이름난 산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은 산림을 목재 생산 공간으로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공간으로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인삼과 목단, 벌꿀은 품목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재배·채취 및 관리 기술이 결합되어야 상품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또한 곡물처럼 전국 어디에서나 비슷한 형태로 생산되는 농산물보다 지역의 이름을 붙여 차별화하기 좋은 자원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동복의 농업환경과 농산물은 크게 달라졌다. 당시 이름났던 품목 가운데에는 생산 기반이 약해졌거나 지역 특산물이라는 인식이 희미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기록에 지역명이 붙은 농산물이 등장한다는 것은 오늘날 지역특화농업을 생각할 때 좋은 자료가 된다.

  

지역특화농업은 새로운 작물을 찾아 다른 지역보다 먼저 심는 것에서만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그 지역에서 생산되어 이름을 얻었던 농산물이 무엇이었는지를 조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떤 환경에서 재배했고, 어디에 판매했으며, 어떤 용도로 이용했는지를 찾아내면 지역 농업의 역사 자체가 농산물의 이야기가 된다.

  

1925년 차상찬이 기록한 ‘동복의 인삼·목단·벌꿀’은 짧은 한 문장이지만, 100년 전 화순 동복 농업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이 세 품목의 생산과 유통에 관한 자료를 추가로 찾아낸다면 오늘날 화순 농업의 지역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역사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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