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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구레군 특산물이었던 죽로차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2026-09-03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오늘날 구례를 대표하는 특산물을 꼽으면 산수유가 빠지지 않는다. 봄이면 산동면 일대에 노란 산수유꽃이 피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가 익는다. 산수유는 농산물 생산에서 축제와 관광, 경관으로 활용 영역이 넓어지면서 구례를 상징하는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100여 년 전 구례의 특산물을 기록한 자료를 살펴보면 산수유와 함께 지금은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죽로차(竹露茶)이다.

  

1920년대 잡지 『개벽』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차상찬(車相瓚, 1887~1946)은 1925년 전남 여러 지역을 답사하고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산업, 특산물 등을 기록했다. 구례에 관한 기록에서도 당시 지역의 여러 특산물을 소개했다. 그 목록에는 산수유와 함께 죽로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0년 전 같은 지역의 특산물로 기록된 두 품목은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산수유는 오늘날에도 구례의 대표 농산물로 생산되고 있으며, 산수유꽃이 만드는 경관까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죽로차는 현재 구례의 대표 특산물을 소개할 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름이 되었다.

  

죽로차는 한자로 대 죽(竹), 이슬 로(露), 차 차(茶)를 쓴다. 글자에서도 대나무와 차의 관계가 드러난다. 죽로차라는 명칭은 구례에서만 사용된 이름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옛 차 관련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나무가 자라는 환경과 차를 연결한 이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례에서 죽로차와 관련된 곳으로 알려진 장소가 화엄사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장죽전(長竹田)이다.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일대로 주민들은 ‘진대밭’이라고 불러 왔다. 이곳에는 대나무와 차나무가 한 공간에서 자란다. 높게 자란 대나무 사이와 아래에 차나무가 자리하면서 일반적인 차밭과 다른 경관을 만든다.

  

장죽전의 풍경을 보면 죽로라는 이름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위로는 대나무 잎이 펼쳐지고 그 아래에서 차나무가 자란다.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땅에는 대나무 잎이 쌓인다. 지리산과 화엄사로 이어지는 자연환경 속에서 대나무와 차나무가 함께 만들어 낸 독특한 농업경관이다.

  

1925년 차상찬의 기록에서 중요한 점은 ‘죽로차’라는 구체적인 이름이 구례의 특산물 목록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죽로차의 생산량이나 생산지역을 이 기록만으로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100년 전 구례에서 죽로차가 지역의 특산물로 인식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특산물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의 기후와 재배기술뿐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와 시장, 유통환경의 변화가 생산 품목에 영향을 미친다. 한때 지역을 대표했던 농산물이 점차 모습을 감추기도 하고, 새롭게 도입된 작물이 대표 특산물로 성장하기도 한다. 시대별 특산물 목록은 이러한 지역농업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그런 점에서 100년 전 구례의 특산물 목록에 함께 기록된 산수유와 죽로차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산수유는 생산과 지역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오늘날까지 대표성을 이어왔다. 죽로차는 옛 특산물이라는 역사성과 화엄사 주변의 차문화, 장죽전이라는 장소를 통해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자원이 되었다.

  

과거의 특산물을 조사하는 일은 지역농업의 역사를 찾는 작업이면서 현재의 지역자원을 넓게 바라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옛 기록에 나타난 농산물과 현재 남아 있는 재배지, 농업경관, 가공법과 지역의 이야기를 연결하면 농촌관광과 체험, 지역문화 콘텐츠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구례 죽로차에는 1925년의 기록과 장죽전의 대숲, 화엄사와 지리산이라는 공간이 있다. 지금은 대표 특산물이라는 이름에서 멀어졌지만, 100년 전 구례 사람들이 지역의 특산물로 인식했던 차라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지역 농업사이다.

  

오래된 특산물 목록을 오늘의 농업과 비교해 보면 지역농업이 걸어온 시간이 보인다. 100년 전 구례 특산물이었던 죽로차도 그런 시선으로 다시 살펴볼 만하다. 화엄사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장죽전의 대나무와 차나무는 옛 기록 속 죽로차를 오늘의 구례에서 다시 떠올리게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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